현대차와 갈등 빚는 동안 벤츠엔 2조원 투자 '결정'
노골적 벤츠 밀어주기…그룹 내 비중도 역전
베이징차, 마케팅-프로모션 수익률 높은 벤츠 '우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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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대외적 이슈에 합작관계인 베이징자동차(BAIC)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지난해 확인했고 잠재적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베이징자동차와의 관계는 갈수록 느슨해지는 모양새다. 현대차보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에 힘을 싣고 있는 베이징자동차의 전략을 비춰볼 때 제네시스를 앞세운 현대차의 고급화 전략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올해 중국시장 재공략 키워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다. 현재는 중국 현지 브랜드와 글로벌 고급 브랜드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뚜렷한 SUV 시장과 수익성이 높은 고급화 차량을 통해 타개책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최근 중국 내에서 제네시스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APA)에 따르면 현대차(베이징현대)의 올해 중국시장 점유율은 11위,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는 물론이고 현지 브랜드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2014년 중국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세다.
중국은 현대차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차 전체 판매의 약 2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실적은 현대차 전체 실적과 직결되고, 이는 부품사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에 전가된다. 중국 다음으로 비중이 큰 미국 판매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실적 회복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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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해 중국과 한국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갈등의 여파가 판매량 급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차치하고 앞으로의 중국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평가다. 합작관계인 베이징자동차의 전략변화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지난 2002년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합작법인이다 보니 현대차만의 독자적인 경영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재무권한을 쥔 베이징자동차가 협력업체 납품 대금 지급을 거부하자 베이징현대 중국공장 4곳이 멈춰 섰다.
한때 베이징자동차그룹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곳은 베이징현대였다. 판매량과 순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그룹 내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새 베이징자동차그룹의 또 다른 합작사인 베이징벤츠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베이징현대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현대차가 베이징자동차와 갈등을 겪는 동안 베이징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AG(Daimler AG)는 2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베이징자동차는 벤츠와 대대적인 투자를 결정하며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양새"라며 "베이징자동차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완성차 경쟁력, 이익기여도 측면에서 벤츠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투자 결정이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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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뚜렷한 성장세는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시장에서 벤츠는 올 3월 르노삼성과 한국GM을 넘어섰고 수입차 판매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벤츠는 혁신성을 앞세운 BMW에 늘 뒤처져있다가 최근에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내면서 BMW를 앞질렀다는 통계도 나온다.
이 같은 성장세 속에 벤츠는 베이징자동차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고, 최근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지리자동차(Geely Automobile)를 최대주주로 맞았다. 실제로 베이징벤츠의 중국 내 판매망은 급격히 늘어나는 상태다.
중국시장에서 벤츠의 약진은 현대차의 고급화 전략에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현대차는 벤츠의 경쟁상대로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현대차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제네시스를 통한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유사등급 모델에서 벤츠와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다. 베이징자동차와 지리자동차의 직간접적인 지원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현지 고급화 전략이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벤츠의 차량 가격대가 더 높다 보니 그만큼 이익도 많이 남아 베이징자동차도 벤츠 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며 "베이징자동차의 외부 영업망은 현대차와 벤츠가 일부 겹치기도 하는데 베이징자동차가 벤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마케팅과 딜러들의 프로모션 측면에서 현대차는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자동차와 벤츠는 미래차 시장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다임러AG와 베이징자동차는 배터리와 전기차 공장을 베이징에 설립하기로 합의했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지만 고급차량을 넘어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베이징자동차와의 협력관계를 다시 다지기 위해선 기본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미래차 기술개발 등을 통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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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0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