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심리 외에 특정 산업군 주가에도 영향 미쳐
"투자 판단에 참고할 요소...증시에 확실히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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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ing News = something you saw on Twitter an hour ago." (뉴스 속보란 당신이 한 시간 전에 트위터에서 본 것을 말한다; 한 미국 주식 트레이더의 트윗)
매일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점검하는 것이 주식 운용역의 '필수 소양'이 되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심을 담아 날 것으로 트위터에 쏟아내는 말들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까닭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조가 흐르던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무역에 어떤 분쟁이 있건간에, 시진핑 주석과 난 항상 친구로 지낼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직후 미국 S&P 500지수는 30포인트 이상 순간 뛰어올랐다.
9일 열린 한국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지수는 14.5포인트, 0.6% 상승 마감됐다. 앞서 지난 5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분쟁 상태가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리자 코스피가 29.46포인트, 1.22% 급등하기도 했다.
같은 날, 트럼트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에 대해 "짐승같은 아사드와 배후의 푸틴 대통령, 러시아, 이란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날 러시아 RTS 지수는 전날 대비 11%나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오후 재차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냉전시기를 포함해도 지금이 최악"이라고 트윗을 올리자 RTS지수는 순간적으로 50포인트, 4.5% 급락하기도 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올해 들어 미국 다우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다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무역정책 등 기업에 민감한 이슈를 던지고, 특정 산업군을 옹호하거나 특정 기업을 저격하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증시를 거쳐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는 전체적인 증시의 투자 심리 외에, 개별 종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철강 무역의 불공정성을 지적한데 이어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사인하자 포스코 등 국내 철강주가 3~5% 급락했다.
지난달 말 트럼프가 연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을 비판하자, 이번엔 국내 주요 정보기술(IT)주가 악영향을 받았다. 트럼프가 아마존을 언급한 3월26일부터 10거래일간 국내 코스피 IT업종 지수는 6.1% 하락했다.
이렇게 되자 주식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국내 운용역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향을 챙겨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보통 신문이나 내부 시스템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접하지만, 직접 트위터에 가입해 트럼프 대통령을 팔로우(구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다른 시장은 몰라도 최소한 주식 시장에는 확실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트윗의 분위기를 보고 인프라 관련 주식을 살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거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트위터는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SNS 중 하나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가 급성장하고, 트위터에 올린 증권사 임직원의 글이 일부 개인투자자와 시비를 일으키며 이제는 '한물 간' SNS가 됐다. 그러던 트위터의 존재감을 트럼프 대통령이 되살린 것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역은 "트위터를 다시 보고는 있지만, 글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권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에는 트위터를 투자 판단에 참고하는 요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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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12일 13: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