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진에 부품사 실적도 줄하향, 신용등급도 '흔들'
모비스 사업 現 수익성 유지에도 '물음표'
글로비스, 모비스 모듈사업 흡수…투자자, 합병비율 문제 제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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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현대차의 수익성 회복이다. 이를 위해 부품사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부품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부를 인수하는 현대글로비스 투자자들은 과연 모비스의 사업이 지금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는 2년 전과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방산업인 현대차의 실적 충격은 부품 계열사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현대차를 대상으로 모듈, 엔진, 변속기 등을 납품하는 현대위아는 지난 2016년 24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1년 새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해 내부물량(캡티브) 수요는 줄었는데 고정비는 늘어나 수익 창출력이 약화했다. 재무부담은 늘어나 2014년 2334억원이던 순차입금은 7445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배율은 1.8배에서 7.5배까지 늘어났다.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현대위아는 물론이고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현대케피코 등 주요 부품사들이 모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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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최우선 전략은 '맏형' 현대차의 수익성 강화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완성차 사업 고도화 기반의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기존 사업구조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수익성 위주 전략은 부품 계열사의 납품단가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 4일 현대위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조정한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위아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신차출시와 가동률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완성차 시장의 높은 경쟁 강도와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강화 전략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 가능성 등 실적 개선의 제약요인이 상존해 현재 등급에 부합하는 수준의 재무안정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 같은 단가인하 압력은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수익성 유지에 대한 의문은 현재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에프터서비스(AS) 사업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은 1대 0.61인데 현대모비스의 주주들은 이 합병 비율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며 가세했다.
현대글로비스 투자자들 또한 모비스의 사업이 앞으로도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현재 비율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도 주요 부품사들의 현행과 같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사업을 넘겨받는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가 모두 지분을 팔기로 계획한 상황이어서 지원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완성차업체들이 부품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고 현대차도 마찬가지다"며 "당분간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당장 모듈사업부에 대한 단가인하 대책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고 오너가 모두 손을 뗀 상황이 된다면 현재 같은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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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06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