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거래·큰 규모 부담…하이난그룹 리스크도
규모 줄였지만 中 정부 부정적…결국 거래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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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8조원의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덩치에 맞는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거 중국 테마의 ‘인사이트펀드’가 큰 상흔을 남긴 아픔도 있지만 박현주 회장은 틈이 날 때마다 임직원들에 중국에서 길을 찾으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에셋대우는 중국 시장을 물색하던 중 조단위 거래 주선을 따냈다.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의 힐튼호텔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거래다. 박현주 회장이 강조하는 중국, 그리고 미래에셋의 주요 투자 주제인 호텔 관련 거래기 때문에 궁합이 맞았다. 단숨에 중국 성과를 과시할 기회기도 했다.
하이난항공은 2016년 글로벌 호텔업체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 지분 25%를 65억달러(약 7조원)에 사들였다. 인수자금 일부를 금융권에서 빌렸는데 지난해부터 리파이낸싱을 추진했다. 조달 자금 일부는 하이난항공 배당 재원으로 쓰는 자본재조정(리캡) 성격도 있었다. 해외 중개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던 중 미래에셋대우가 파트너로 나섰고 국내로 거래를 들여왔다.
최초 거래 규모는 선순위 대출만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거의 모든 금융사에 참여 의사를 타진했지만 외화 거래인 데다 규모도 컸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곳들이 많았다.
제안을 받았던 금융회사 관계자는 “국내 달러 외환 시장이나 조달 상황을 감안하면 달러 거래는 원화 환산 금액에 ‘0’ 하나를 더 붙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거의 모든 금융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 홀로 검토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미래에셋대우에 더 많은 안전장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하이난항공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래에셋대우는 리파이낸싱 금액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자기 자금만으론 어려워 추가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래는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그 사이 투자 구조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 하이난그룹이 힐튼호텔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는 하이난그룹 인수 후 파크호텔앤드리조트, 힐튼그랜드베이케이션스, 힐튼월드와이드 3사로 인적분할 됐다. 하이난그룹은 세 회사 지분을 25%씩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지분 블록세일 작업에 들어갔다.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파크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힐튼그랜드베이케이션스 지분도 팔아 조단위 자금을 회수했다.
자산이 줄며 선순위 리파이낸싱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1300억원) 미만으로 작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규모가 줄어든 것이 거래를 진행하기엔 유리하다는 평가와 하이난항공에 배당하는 비중이 높아져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시중은행들과 대형 증권사들은 달러 투자확약서(LOC) 발행을 검토했다. 상장 주식이라 문제가 생겨도 회수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래에셋대우도 해외 투자자를 초빙하는 등 거래 종결에 심혈을 기울였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초대형 랜드마크 거래가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거래는 결국 무산됐다. 중국 정부가 이번 리파이낸싱 거래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 항공사로 출범한 하이난항공은 글로벌 M&A로 사세를 급격히 확장했다. 그러나 지배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정경 유착 논란까지 이어지며 중국 정부의 감시 리스트에 올랐다. 금융회사들의 자금 압박도 이어졌다. 한바탕 홍역을 앓은 안방그룹과 비슷한 처지다. 하이난항공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세계 각지에 흩어진 자산들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역시 중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압박이 커지면서 하이난항공그룹은 힐튼호텔을 처분하거나 그룹 안에서 자체 금융조달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최근 미래에셋대우에도 거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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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