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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적으로 기업공개(IPO) 준비 작업에 나선 호반건설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상장 주관사 선정을 잠정 보류하며 연내 상장 가능성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그간 M&A를 비롯한 여러 투자 건에서 '검토'와 '철회'를 반복해온 호반건설이 또 다시 자본시장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IPO 주관사 선정 절차를 잠정적으로 보류하겠다고 주요 증권사들에게 통보했다. 지난 6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 5곳에 입찰제안을 요청하고 불과 1주일만인 13일 설명회(PT)까지 급박하게 진행했으나 막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사인을 보낸 셈이다.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호반건설의 국내 사업 기반이 튼튼하다는 점과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가치산정 결과(밸류에이션)을 제출했다. 시가총액 1조5000억원 이상, 공모규모 5000억원 안팎은 될 거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작 가격을 받아본 호반건설은 어느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할지 뜸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호반건설이 IPO를 통해 회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현금을 확보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던 증권사들은 의아한 표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재무 구조만 보면 상장이 필요없는 회사인데 갑작스레 제안서를 요청해와 이미 '큰 그림'을 다 그려둔 것인줄 알았다"며 "상장의 유용성 등에 다시 내부 검토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제안서를 요청하기 전에 끝났어야 할 일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유난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던 호반건설의 과거 자본시장 접촉 사례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간 호반건설은 여러 차례 투자제안서를 내고는 정작 최종입찰 등에는 빠지는 형태로 '악평'이 자자했다. 2015년 금호산업 매각을 필두로 동부건설·보바스기념병원·울트라건설 등 법정관리 기업과 SK증권·블루버드컨트리클럽·한국종합기술 등의 경영권 거래에 명함을 내밀었으나 완주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호반건설은 유의미한 인수후보로 보지 말아야 한다"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까지 진행된 대우건설 M&A는 완주했지만, 최종적으로 인수는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인수금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은행에 일방적으로 인수조건을 통보하는 등 '줄 세우기' 행보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일방적인 일처리와 자본시장을 존중하지 않는 듯한 움직임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현금부자인데다 사업도 탄탄해 거래관계를 트고 싶어하는 IB가 많다보니 이런 식의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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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24일 11:30 게재]
입력 2018.04.25 08:44|수정 2018.04.26 09:26
13일 PT후 선정 통보 지연...'또 떠봤다' 푸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