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시장여건 이유로 상장 부정적
시장평가 받아 성장 기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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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올해도 상장(IPO)을 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영권과 주주관계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수년째 시장 여건만을 탓하는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교보생명의 장고에 ‘우군(友軍)’과의 관계마저 영원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들은 길게는 10년 이상 발이 묶이며 불만이 쌓였다. 회사에 최적자본확충 컨설팅을 요구하는 한편, 줄기차게 IPO 추진을 압박하고 있다. 구주 우선매출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상장을 해야 일부라도 회수하고 시장에서 기회를 볼 수도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의무방기를 지적하기도 한다.
반면 교보생명 내부 분위기는 FI들과는 거리가 있다. 회사는 보험업계를 둘러싼 시장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이유로 IPO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특히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에 따른 영향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된 점을 거론한다. 사실상 올해는 IPO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FI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IFRS17 도입에 따른 영향평가가 상당부분 이뤄진 데다, 두 차례 컨설팅 결과 IPO가 최적의 대응방안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며 해외 투자수요도 확인했다.
IPO에 소극적인 자세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의견도 있다. IFRS17 도입 후폭풍이 대체 어느 수준이길래 일단 덮어놓자는 식으로 가는지 의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가 어렵다지만 교보생명이 ING생명처럼 재무구조가 단단하다면 이렇게까지 IPO를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 나와서 형편없는 가치를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빅3 회사라지만 과거와 같은 시장지배력은 보여주기 어렵다. 직원들 사이에선 한화생명만큼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우리사주조합은 결성된 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상장이 늦어지며 직원들의 자금회수는 늦어지고 있다. FI들의 불만이 쌓이는 만큼 직원들의 우리사주 ‘대박’의 꿈도 사라지고 있다.
FI들은 신창재 회장에 지분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있지만 신 회장의 자금 사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활용하기 어려운 카드다.
FI들이 모두 합심하면 50% 이상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 코세어(Cosair Korea Investor LLC, 지분율 9.79%)를 필두로 한 1차 FI와 어피니티(GUARDIAN HOLDINGS LIMITED, 9.05%)를 중심으로 한 2차 FI들의 투자 가치가 달라 뜻을 모으기 어렵다.
특히 코세어와 신 회장의 유대관계가 적지 않다. 회사가 고배당을 이어온 면도 있지만 코세어의 내부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코세어는 투자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망가진 터라 몇 안 남은 정상 회사인 교보생명에서 일찍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같은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코세어와 달리 출자자(LP)들은 회수에 목매고 있는 분위기다. 신 회장도 FI간 연합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FI측 관계자는 "도대체 언제 회수할 수 있냐며 외부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코세어 LP도 있었다"며 "코세어 사정도 있겠지만 교보생명 투자가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적극적으로 시장평가를 받고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FI들과 IPO를 놓고 옥신각신 하는 사이 교보생명의 가치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에 투자했을 때만 하더라도 동종업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85배를 인정 받았지만, 현재는 0.6배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생명 PBR이 0.79배 수준에서 내년 이후에는 0.69배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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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