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라지캡 부문 8000억 출자 예고…국내PE 격돌 불가피
한앤코·앵커 등 해외출자 받는 PE도 포트폴리오 매각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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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하반기 대규모 펀드레이징에 앞서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정리에 나서고 있다. 직전 펀드의 소진율을 높임과 동시에 보유한 기존 펀드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레코드를 쌓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운용사에 국한된 국내 대형펀드(large-cap) 시장에서 치열한 눈치싸움도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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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2호 펀드(로즈골드 2호)를 통해 한독에 투자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 3월 보유지분 전량(7.93%)을 장내매각 했다. IMM PE의 한독 투자금액은 2012년 지분 30%와 2014년 전환사채(CB) 투자를 비롯해 760억원가량, 이번 매각을 통해 회수한 투자금은 1500억원 수준이다. 10여 개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2호 펀드는 티브로드의 모회사인 태광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나머지 기업의 엑시트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2013년 3호 펀드를 끝으로 이렇다 할 블라인드펀드 결성이 없었던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도 대규모 펀드레이징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3호 펀드는 온라인취업포털 잡코리아(100%)와 마트와 백화점에서 어린이 놀이방을 운영하는 소프트플레이코리아(70%)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적대적 M&A 가능성이 거론되던 일동제약의 백기사로 나서 일동제약 지분 20%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CJ헬스케어 인수전에 참여했다.
현재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매각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업은 단연 '잡코리아'다. 현재 금융권을 통해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전략적투자자(SI)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H&Q 측에 잡코리아 경영권 매각 의향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9월에 7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VIG파트너스는 빠른 속도로 펀드를 소진하고 있다. 펀드 결성 1년여 만에 5곳이 넘는 기업에 투자하며 펀드의 절반이상을 소진했다. 이와 동시에 2016년 버거킹 매각, 지난해 삼양옵틱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최근엔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인 써머스플랫폼(옛 에누리닷컴)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르면 오는 연말부터 새로운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펀드레이징이 예상되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6년 인수한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 후보 탐색에 나섰다. 올 초에는 2015년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특수전력기기 공급업체 우진기전을 신생 운용사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주로 해외 기관들로부터 출자받아 운용하는 PE들 또한 포트폴리오 정리에 여념이 없다.
한앤컴퍼니는 2013년에 인수한 웅진식품 경영권 매각을 위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한앤컴퍼니가 2014년 인수한 에이치라인해운(옛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 또한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말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는데 현재는 2조원 규모의 3호 펀드 결성을 검토 중이다.
13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홍콩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말부터 메타넷(비즈니스 플랫폼)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현재 2012년 인수한 헬스밸런스(옛 천지양)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로, 헬스밸런스는 최근 유아식품 전문업체 베베쿡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운용사들의 기존 펀드 소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블라인드펀드결성 시기가 다소 겹치면서 하반기 펀드레이징 시장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출자자들의 펀딩 규모는 커졌지만 선정할 운용사의 수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치열한 눈치싸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주요출자자 가운데 하반기 가장 큰 규모의 출자를 예고한 곳은 단연 국민연금이다. 라지캡 PEF 분야에 총 8000억원을 출자한다. 전례 없던 캐치업(Catch-up)제도를 도입해 대형 운용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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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