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스틱·SK-신영證 등 외부 투자자 집결한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 PEF 역할 '주목'
보수적·폐쇄적 경영스타일 변모에 '기대'
-
한화그룹이 뜻하지 않게 다수의 사모펀드(PEF)와 동거하게 됐다. 한때 파트너였던 삼성그룹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하며 한화그룹과 인연을 끝냈고, 삼성이 떠난 자리엔 글로벌 PEF 운용사가 대신하게 됐다. 한화그룹이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앞으로 PEF와 접촉할 일이 많아졌는데 껄끄러운 투자자들을 맞이해 기존의 경영 스타일을 바꾸게 될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지난 26일 베인캐피탈(Bain capital)을 한화종합화학 지분(24.1%)를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착수한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은 전략적투자자(SI)보다는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14년 삼성그룹은 한화그룹과 빅딜을 진행했는데,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을 배려해 지분을 일부 남겼을 정도로 두 그룹의 관계는 돈독했다. 2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은 경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황이 뒷받침된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은 양호했다. 이 때문에 관심을 보일법한 SI들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한화와의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껄끄러움을 감수해야 하는 탓에 인수전에는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이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시작할 당시 한화그룹과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향후 협상 과정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그룹 오너 사이의 관계, 유사 업종 속 경쟁, 기술 유출 등과 같은 고려 사항이 많았던 SI들과 달리 FI들의 생각은 조금 더 가벼웠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 수준의 경영 참여를 통해 배당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그룹과 약속된 2022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물론 삼성과 한화가 기존에 맺었던 주주 간 계약을 오롯이 승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해관계가 많지 않은 글로벌 PEF가 주요 주주로 등극한다면 삼성그룹보다 냉정한(?) 경영 판단과 다소 까다로운 간섭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PEF의 경우 수익률 극대화가 가장 우선시되는 목표이기 때문에 삼성과 협력관계에 있던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경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물론 향후 한화그룹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래를 고려해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겠지만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분명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한화그룹이 PEF를 파트너로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한화그룹은 한화S&C의 지분 일부를 국내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했고 이를 통해 오너일가 3남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두고 깊게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르면 내달 한화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방안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5월 이후에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에서 3남에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작업도 병행돼야 하는 탓에 자본시장, 특히 접점이 생긴 PEF들과 관계 정립은 더 중요해질 것이란 평가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며 보다 투명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며 "한화그룹이 맞이한 국내외 PEF가 만만한 상대들이 아닌데 이들과의 관계 정립이 잘된다면 그룹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우호적인 투자자들을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2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