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레터' 늑장 공개에 주주들 '불신의 눈길'
"직접 투자 권유했던 임원들이...실망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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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이슈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깜깜이식 대응에 투자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오젠이 2015년 주식인수권(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밝힌 데 대한 후폭풍이다.
대표이사는 물론, 재무와 투자자관계(IR)를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위 임원들은 모두 2016년 상장 공모 당시부터 재직하던 인물들이다. 투자자들은 상장 당시 '믿어달라'고 해놓곤 이제와서 발뺌하는 태도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4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50만6000원이던 주가가 장중 35만5000원까지 밀렸다. 지난달 말 대비 30%, 지난달 중순 주가 최고점인 60만원 대비 40% 급락했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지난달 말 이후 외국인은 130억여원, 기관은 510억여원어치 주식을 매각했다. 연기금·증권·투신·은행 등 모든 기관 주체가 매도로 일관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 고위 임원실에 불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보유 규모와 왜 매각을 안했는지까지 '취조'를 당해야 했다"며 "바이오젠 콜옵션 레터(letter)같은 중요한 사안을 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해들어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투자업계의 시선은 실망감에 가득차있다.
김태한 대표이사, 김동중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 IR담당 윤호열 CC&C(컴플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센터장 상무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핵심 경영진은 2016년 IPO를 담당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IR 과정에서 직접 투자자를 만나 회사를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했다.
당시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를 둘러싼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들은 '문제 없다. 믿어달라'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과정에서 바이오젠과 관련, 2014년말까지 '낮음'이었던 잠재적의결 행사가능성이 2015년말 '높음'으로 바뀌었다고만 설명했다. 이렇게 판단한 근거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적인 임상으로 지분 평가액이 투자원금 및 이자의 합보다 커졌다는 점과 ▲바이오젠의 2015년말 기준 현금자산 보유액이 1조5000억여원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꼽았다.
2015년말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혀왔고 이에 대해 협의했으며, 그래서 행사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기재했다면 충분했을 일이었다. 직접 근거는 감추고 간접 근거만 나열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올해 1월 4공장 착공설이 돌았을 때에도 IR부문의 대응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회계 이슈는 상장사에겐 치명적인데 왜 더 솔직하지 못했나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 독립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IR을 통한 주주와의 소통도 주주 보호보다는 그룹의 안위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며 가장 이득을 본 게 현 대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인 건 사실이다. 일례로 삼성물산은 2015년 6월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흑자전환해 2018년 이후 영업이익률 30~40%의 본격적인 흑자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밋빛 가치 전망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핵심 근거 중 하나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에야 영업이익이 흑자를 달성했고, 영업이익률도 14%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8%로 뒷걸음질쳤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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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08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