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 과장급 이상 인사로 편제
"TF 부장급 인사 계열사 임원에 질책·지시"…막강한 권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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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사실상 기존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지원TF는 전자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 현안을 논의하겠다며 신설된 조직인데 제조·바이오 부문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TF가 사실상 미전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탓에 TF에 소속된 임직원 또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말, 삼성그룹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자 비선 조직이었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미전실 팀장급 임원 7명이 동반 사임했다. 팀장급 임원들 사퇴에 이어 임직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전략실'이란 이름을 가진 조직은 사라졌으나 그 역할은 지난해 말 출범한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조 계열사는 'EPC 경쟁력 강화 TF', 금융계열사도 10명 남짓의 TF를 꾸려 운영하며 관련 계열사 이슈에 국한해 협의하기로 했지만 실상은 사업지원TF가 그룹의 주요 이슈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24%) 매각은 안중현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직접 진행하고 있다. 지난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이끈 바 있는 안중현 부사장은 미래전략실에서 주요한 M&A를 담당한 전략 1팀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안중현 부사장은 기존 미전실 시절의 잔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 사업지원TF 전체가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딜에 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사업지원TF는 전자계열사와 관련한 일만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슈가 불거진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 또한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은 5월 초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하는 바이오 사업 현안 보고를 계획한 바 있는데 이슈 및 보고 관련 내용 등은 모두 사업지원TF에서 최종적으로 확인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중추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이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참석하는 바이오 사업 현안 보고에는 부회장과 해당 계열사 사장,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 등이 참석하는데 보고 자료는 사전에 사업지원TF에서 확인하고 통과가 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사 사장이 직접 전달할 내용이 있더라도 사업지원TF를 거치지 않으면 보고 자체를 할 수 없는 체계다"라고 밝혔다.
사업지원TF는 현재 40여명으로, 모두 과장급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미전실에는 과장급 이하 실무 인력들도 포함돼 있었으나 TF를 구성하며 직급을 대거 상향했다. 현재 구성된 인력보다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TF의 규모가 너무 크게 되면 사실상 기존 미전실과 다름없어 보이기 때문에 일부 임원 및 부장급 인력들은 원 소속기업에 속해 있도록 조치했다"며 "40여명의 인력보다는 그 규모가 더 클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고, 계열사 주요 현안을 사업지원TF가 직접 다루다 보니 사업지원TF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업지원TF에 보고를 하기 위한 계열사별 TF가 생기는가 하면, TF 보고 일정에 맞춰 계열사 사업 스케줄을 변경하는 일까지 발생한다는 후문이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사업지원TF 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계열사 전무·상무급 임원들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며 "각 부서 담당 임원들과 사업지원TF 임원 및 부장과 매주 전화 회의를 하는데 TF소속 부장이 계열사 임원들 부진에 질책하고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TF에 보고를 위한 계열사 TF가 생긴다는 것은 기존 미래전략실이 존재하던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새로운 실세 조직이 생기니깐 일부 계열사 담당자들이 긴장 할 수는 있어도 TF 담당자가 계열사 임원을 질책하거나 지시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사업지원TF가 인사·홍보 업무를 제외한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만큼 공식화한 조직을 신설하는 게 합리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TF라는 임시 조직이 아닌 상설 조직을 만듦으로써 미전실의 순기능을 대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비선조직이었던 미전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문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순기능을 했던 것도 인정할 만 하다"며 "사업지원TF가 대내외적으로 사실상 미래전략실이라고 평가받는 가운데 임시 상태인 조직을 계속 유지하는데 삼성그룹도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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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