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의문·순환출자 해소 불확실"
"지배주주·가족이 소액주주 희생시켜 영향력 얻으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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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거래가 결국 정몽구 회장ㆍ정의선 부회장 등 '정씨 일가'(the Chung family)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ISS는 이번 거래의 사업적인 시너지도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경영진이 주장하는 순환출자 해소 효과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ISS는 이번 거래의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별도의 독자적인 밸류에이션(가치산정) 논리를 제시하며 현재의 합병비율로 인해 모비스 주주들이 12%의 이익 희석 피해를 본다고도 평가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에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옛 삼성물산 소액주주를 희생시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돕는 거래라는 지적과 유사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트조선이 입수한 ISS의 현대모비스 분석 및 의결권 행사 권고안에 따르면 ISS는 총 5가지 구체적 근거를 들며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시한 '합병의 당위성'을 지적했다.
ISS는 이번 합병에 명확한 사업적인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서 ISS는 "모비스의 국내 부품 및 사후관리 사업을 물류 회사에 결합하는 데 있어 명확한 사업논리를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ISS는 "경영진은 ISS와의 컨퍼런스콜에서 잠재적 시너지를 확인(identified)라고 수량화(quantified)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줬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이에 현대차는 합병 성사 후 6개월에서 12개월 후에는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ISS에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의 배경 중 하나로 제시한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도 ISS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순환출자 제거 등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준비 단계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ISS는 "경영진이 말하는 계획된 주식 거래와 교환이 발생할 것인지, 또 어떤 조건에서 발생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그룹 내 상호 출자를 없애는 것은 사업적인 이유와도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ISS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설득력있는 사업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순환출자 문제도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고 봤다.
ISS는 특히 소액주주와 지배주주간 '이해상충'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일가의 이익과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현대차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도식화해 제공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결과,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으로 시작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최종적으로 '4층 구조의 피라미드식 지배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ISS는 "정씨 일가는 현대모비스 지분 30% 이상을 직접 보유하며, 모비스가 실질적인 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며 "지배 주주·가족이 소액주주를 희생시켜 회사에 대한 이익이나 영향력에 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런 거래를 검토할 때엔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ISS는 밸류에이션(가치분석) 결과로도 이번 분할합병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봤다.
ISS는 글로벌 금융분석 정보업체인 톰슨 로이터 이콘(Thomson Reuters EIKON)을 인용, 앞으로 현대모비스의 상각 전 이익(EBITDA)과 이자·세전이익(EBIT) 향후 3년 성장률이 11.6%, 8.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글로비스 성장률의 2배다.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문의 연간 성장률 전망은 향후 3년간 평균 9.2%로, 동종업계 평균 대비 높다고 제시했다. 이에 반해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3년간 연평균 성장률 전망은 5.3%로, 동종업계 8.4% 대비 낮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EBITDA를 활용한 기업가치 계산에 있어서 현대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는 '적어도' 같은 배수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게 ISS의 논리다. 양쪽 법인에 동등하게 7.1배의 배수를 적용하면 모비스 분할법인의 기업가치는 14조8370억원, 글로비스 기업가치는 6조4870억원으로, 모비스 분할법인이 합병법인 지분의 70%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서 제시한 합병비율로는 모비스 분할법인이 합병법인 지분의 61.5%밖에 가져가지 못한다. 이로 인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은 12%의 이익 성장 효과를 얻고, 반대로 모비스 주주들은 그만큼 이익이 희석된다는 게 ISS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ISS는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근접한만큼 주의깊게 주가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ISS는 "이번 거래는 지배 주주가 그룹 내 순환출자와 글로비스와 관련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며, 계열사에 대한 확고한 통제권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제안을 지지할 근거가 덜 매력적이다"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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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6일 17: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