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외국인 '절반'이 지지해야 분할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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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모아야 하는 우호 지분 규모는 얼마나 될까. 주주총회 참석률 등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현재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지분율만큼은 필사적으로 우호 지분을 더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9.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결정은 물론 '파급력'이 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이지 국민연금이 찬성한다고 해서 이번 분할합병안이 현대차의 계획대로 손쉽게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분할·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다. 전체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그리고 주총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결의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 지분율 합계는 30.17%로, 전체 주식 총수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이 요건 충족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변수는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요건 뿐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참석 주식 수가 적을수록 이득이다. 임시주총에 주식 수 기준 100%가 참석하는 건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지난 2015년 세간의 관심을 모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총의 삼성물산 측 주주 참석률도 84% 정도였다.
참석률 85%를 기준으로 삼으면 현대차그룹은 56.67% 이상의 찬성 지분을 모아야 한다. 대주주 등의 보유 지분을 빼면 더 확보해야 할 우호지분은 약 26.5%다.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 국내 개인투자자를 거의 한명도 빠짐없이 설득할 수 있다면 22.1%를 추가로 모을 수 있다. 그러면 47.7%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가 크다고 해도 통과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다.
9.8% 지분을 가진 '캐스팅 보트'라고 평가받는 국민연금은 차치하고서도, 일단 국내 기관들의 모비스 지분율이 높지 않다. 그나마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곳이 삼성자산운용인데 지분율이 0.7%에 그친다.
이들 국내 기관들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율을 모두 합쳐도 5% 안팎 수준이다.
개인투자자 지분율이 5~6%에 달하지만 이들이 힘을 합쳐 모비스 주총에서 현대차 편을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은 주총에 불참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48%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최소 4분의 1정도가 찬성해줘야 이번 분할합병안이 안전하게 가결될 수 있다. 이조차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얘기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아예 얘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주주의 절반 이상이 현대차에 찬성표를 던져줘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모두 반대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극히 낮다.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 주주들은 의결권 행사시 ISS나 글라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ISS는 약 70%, 글라스루이스는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수록 현대차의 부담은 더 커진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그 어떤 경우에도 분할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67%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한다면 설득해야 할 외국인 주주들은 더 늘어난다. 무려 36.8%나 되는 추가 찬성표를 끌어와야 한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모든 국내 투자자들이 현대차에 힘을 실어준다 해도 14.7%의 찬성표가 더 필요하다. 전체 외국인 주주 중 3분의 1을 설득해야 한다.
현대차그룹도 외국인 주주들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지난 11일 정의선 부회장이 나서 외신들과 회견을 가진 것이 대표적인 방증이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주들의 제안을 경청하고 회사와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안이 있다면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엘리엣에 의해 지배구조 개편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이 성사될지 여부는 오는 29일 임시 주총에서 확정된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땐 국민연금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지만,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서는 결국 외국인 주주들이 키를 쥐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일반적인 주주총회 시즌에는 한국지배구조원, 이벤트성 임시주총때엔 ISS의 의견을 좀 더 참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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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7일 15: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