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벌 개혁' 의지 영향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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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사들의 신성장 동력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이들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투자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은 최근 몇 년 새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사업 전망뿐 아니라 현 정권의 입장과 맞닿아 있는 정성적 평가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최근 이마트 지분 10.08%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말 5%대였던 보유지분은 2016년말 8%대로 늘더니 올 들어 10%를 넘어서게 됐다. 신세계 역시 2014년말 5%대였던 보유지분이 2016년말에는 12.85%, 올 3월말 기준으로는 13.48%로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도 10.06%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쇼핑에 대한 변화는 크지 않다. 2014년 8월 5.02%였던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은 이듬해 4%대로 떨어졌고 이후 5~6%대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이마트의 차별 대우는 표면적으로는 사업 성장성과 연관돼 있다. 롯데쇼핑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하고, 특히 중국 시장이 발목을 잡았다. 반면 신세계는 비유통 강화 효과,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 강화로 유통시장 이슈를 선점했다.
국민연금의 투자 성향은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운, 정성적 평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온다. 현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올 하반기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코드에 맞추는 대주주에 보다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최근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 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150만주를 증여 받았는데 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약 945억원으로 추정된다. 회사 측은 정 사장이 적법할 절차에 따라 개인이 납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경영권 승계시 발생하는 상속세를 전부 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현재로선 상속을 위한 정도(正道)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현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맞춰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오너가 비리와 구속, 경영권 다툼, 면세점 선정 논란 등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을 단순히 수익성으로만 재단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신세계그룹의 10% 이상 지분 보유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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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