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한국법인 횡령 등 기밀 파악 주력
진술과 보증 조항 관련 M&A 보험 관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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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소재로 활용되는 과학수사 기법이 기업 감사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포렌식팀(Forensic) 은 ‘기업탐정’으로까지 불리운다.
처음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회사를 관리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최근엔 고객 군이 확산하며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대형 회계법인들이 일제히 포렌식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고정우 상무가 이끄는 포렌식팀을 운영, 공인회계사뿐만 아니라 대검찰청, 외국감사원 근무 경험이 있는 조사전문가, 변호사,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이들은 외부감사과정에서 발견된 부정혐의 (회계처리기준의 위반)에 대한 조사업무에서 차곡 차곡 실적을 쌓았다.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로 인하여 왜곡이 있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을 얻을 수 있도록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포렌식 부정조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검찰 출신 수사관과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까지 팀원으로 영입하며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또 PEF 고객이 많은 안진회계법인도 재무자문본부 산하 PE팀에서 포렌식팀을 관리한다.
이들 포렌식팀의 활약은 단순히 감사업무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표이사의 횡령, M&A 실사 등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포렌식 업무는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법인 관리 때문에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컴퓨터 등을 가져가 분석하면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법인 대표이사의 자금 은닉,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유용했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협조 요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바로 고객(글로벌 본사)에 관련사항을 보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부서도 협조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라며 “담당자 컴퓨터를 비롯해 모든 정보를 입수해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궁극적으론 대표이사의 횡령 등을 밝혀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다가 포렌식 기법이 M&A에서도 쏠쏠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단편적인 실사로는 한계가 있는 사모펀드(PEF)들의 선호도가 높다. PEF 업계에선 1억원만 들여 포렌식팀을 쓰면 그 이상의 위험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기업에 치명적인 자료를 찾아내는 데 있어서 포렌식팀만 한데가 없다는 평가다. 피인수 회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고, 쓸데 없는 자금 유출도 잡아낼 수 있다. 한앤컴퍼니 등의 사모펀드들도 M&A 과정에서 포렌식팀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팀을 통해 회계법인들이 거두는 수익도 쏠쏠해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포렌식팀은 이익 기여도가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였지만, 최근엔 일부 회계법인 포렌식팀 매출이 100억원에 육박하는 등 효자로 부상하고 있다. 포렌식 결과를 분석할 핵심 전문가는 있어야 하지만, 실무는 회계사가 아닌 단순 작업을 하는 IT인력이 많다보니 다 부서에 비해 인건비도 적은 편이다.
올해에도 회계법인 포렌식 조직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올 11월부터 개정외감법이 시행되면 외부전문가의 선임 및 조사가 법적으로 의무화하기 때문에 포렌식팀의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관련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국내 인수합병(M&A)에 보험상품 활용도 늘고 있다. 계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보험을 통해 방지하기 위함이다. 조 단위 거래가 늘면서 이 보험을 찾는 고객도 늘어날 전망이다.
M&A 보험은 ‘진술과 보증(R&W)’ 조항과 관련된 부분에서 활용된다. ‘진술과 보증’ 조항은 매수인(buyer)이 실사만으로 매도인(seller)의 모든 정보에 접근이 힘들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일정한 사항을 진술하고 그 진실성을 보증하는 조항을 말한다.
행여 매도인이 밝히지 않은 사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소지를 법적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M&A 계약서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통상 M&A 절차에선 이런 손실에 대비해 인수금액의 일정 부분을 에스크로우(escrow•거래대금의 보관통장) 계좌에 예치 해 둔다.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매도인은 에스크로우 계좌에 있는 인수금액을 가져가는 구조다.
M&A 보험은 추후 발생할 손해에 대해 보험사가 책임을 지는 상품이다. 거래에서 굳이 에스크로우 계좌에 돈을 예치할 필요성도 없어지고, 계약서 작성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사인 AIA생명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련 사업을 진행해 왔다”라며 “보험 중개업자는 고객에게 최적의 보험상품을 찾고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보험 중개회사인 마쉬(Marsh) 등이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M&A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경험 있는 외국인 직원을 채용해 대기업, 글로벌 사모펀드(PE), 회계법인에 마케팅이 한창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글로벌 PE들은 종종 M&A 보험을 든다”라고 말했다.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딜에서도 M&A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거래가 성사된 LG그룹의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 인수건에서도 양측은 진술과 보증 보험에 대해 수 차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로 자칫 거래 종료 시점이 예상했던 4월을 넘어 갈 위기 상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PE)들이 국내 거래에서 M&A 보험을 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동양생명 매수인 인 안방보험이 매도인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대해 국제소송을 벌이는 등 M&A보험의 필요성이 커졌다.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MBK파트너스와 벌인 소송도 이런 필요성을 키웠다.
글로벌 컨설팅 관계자는 “안정적인 인수대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 몇 건의 PE가 참여하는 거래에서 이 보험이 이용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