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일반청약 '오버슈팅' 지적...첫날 주가 주목
'공격적 가격정책' 한국證 또 투자업계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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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이후 공모 청약을 진행한 기업 세 곳이 오는 28일부터 잇따라 상장한다. 세 곳 모두 수요예측·공모가·일반청약 모두 오버슈팅(과매수)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만약 일각의 우려대로 상장 직후 매물이 쏟아지며 세 기업 모두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급락한다면, 28일을 기점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1년간의 '호황'을 끝내고 '빙하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출범 1달만에 2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코스닥 벤처펀드는 제노레이 상장공모부터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이어 세종메디칼, 현대사료에도 코스닥 벤처펀드의 청약이 몰렸다.
이들 기업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덕을 톡톡히 봤다. 펀드간 투자물량 확보 경쟁이 펼쳐지며 수요예측부터 경쟁률이 900대 1에 육박했다.
수요예측 때부터 투자 수요가 몰린 탓에 이들 세 곳은 모두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밴드 최상단 혹은 그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비교대상 동종기업보다 합리적인 공모가'라고 마케팅했던 제노레이의 최종 공모가는 기상장 동종기업보다 주가순이익비율(PER) 기준 더 높은 가격으로 정해졌다. 세종메디칼과 현대사료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 일반청약에서도 이들 기업에 시중 자금이 일시에 쏠렸다. SK루브리컨츠 상장 철회 전후로 공모주 청약이 전혀 없었던 탓에 투자를 기다리던 자금이 쌓여있던 탓이다.
이들 기업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손쉽게 1000대 1을 넘어섰다. 현대사료의 청약경쟁률 1690대 1은 최근 10년래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세 곳의 총 공모 규모는 411억원으로 일반 배정분은 82억원에 불과하지만, 이 물량을 받기 위해 쏟아진 청약 자금은 5조936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열광적인 청약 열기 직후엔 항상 '급랭'과 '급락'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 청약을 진행한 공모주 세 곳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경쟁으로 인해 공모가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정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메자닌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들이 공모주 시장에는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 같다"며 "농담삼아 제노레이가 상장하는 28일이 IPO 시장의 '운명의 날'(둠스데이)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하필 또 한국투자증권인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나치게 발행사 위주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으로 공모주 투자자 사이에서 원성이 높다. 가격 전략 실패로 결국 상장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의 상장 대표주관사도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닥 벤처펀드 공모주 1호'로 분류되는 세 곳의 기업 중 두 곳인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의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현대사료의 대표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다.
세 곳 모두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담당한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은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보다도 10%가량 더 높은 가격을 확정 공모가로 정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가 담당한 현대사료는 다른 두 곳보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더 높았음에도, 공모희망가 밴드를 지켰다. 밴드 내 최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IR 과정에선 합리적인 공모가를 말해놓고 또 밴드 최상단 그 이상으로 가격을 정하는 가격전략에 실망했다"며 "코스닥 벤처펀드로 인한 공모주 오버슈팅이 한국투자증권을 만나 상승효과를 일으켜 1년 가까이 지속된 공모주 호황을 무너뜨릴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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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