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 및 금산분리법 등 고려
보험업법 개정시 추가 매각 가능성
추가 매각 시 주가 및 경영권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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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나섰다. 정부가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을 압박한 데 따른 조치다. 잔여 지분의 처리 방안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생명은 30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2298만여주(0.31%)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처분 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92%로 감소한다. 삼성화재도 같은 날 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 402만여주를 팔 방침이다.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44%에서 1.38%로 낮아진다. 할인율을 감안한 전체 거래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분리법) 상 규제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자사주 40조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8.87%, 삼성화재 1.53%로 합산 10.3%로 보유지분이 증가하게 된다. 금산분리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비금융 회사 지분 10% 이상을 가지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이날 금융당국에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자발적인 매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지 40여일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줄기차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해 왔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처분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취득원가 기준으로 자산의 3%까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권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계열사 주식 가치는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장 가격으로 계산해야 한다.
작년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약 213조원,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한도는 총자산의 3%인 6조원대다.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특별계정을 제외한 현재 보유분은 문제가 없지만 시가로 계산하면 한도를 크게 넘어서게 된다. 삼성전자 지분 8.23%의 시가는 26조원대다. 삼성생명은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해야 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지는 미지수다.
블록딜을 추진할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실제로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3% 넘게 떨어져 5만원 아래로 밀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51% 떨어진 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정부의 기조나 규제에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오너 일가가 직접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분을 내다 파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추진한 것"이라며 "대외 환경변화를 고려해 재무건전성 관리차원에서 추가적인 지분 매각도 검토할 예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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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30일 17:1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