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달러 유입 우려…환율방어 어렵고 수출 위축 가능성
정부 원화 환전 말고 해외 투자 권유…시장 ”자율에 맡겨야”
-
정부는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업들의 달러화 자금조달을 깐깐히 살피고 있다. 해외서 자본확충 활로를 찾으려는 생명보험사들도 자금 조달 시기를 결정하거나 그 자금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에선 국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민간의 달러 자금 조달은 자율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생명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교보생명처럼 기업공개(IPO)를 검토할 만한 곳도 있지만 작년부터는 해외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이 대세로 떠올랐다. 추가 발행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아직 해외서는 한국 금융사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남아 있다는 면도 고려되고 있다.
문제는 생보사들의 대규모 달러 조달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수요를 확인하는 전초전 성격이란 평가가 많다. 생명보험사들은 시기가 늦어질수록 발행 조건이 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올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대규모 달러가 급격히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
달러가 국내 시장에 대규모로 풀리면 달러가치 하락, 원화가치 상승이 따른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일반적으로 수출 시 수출품의 대외적인 가격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수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판매량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거의 모든 생명보험사들이 해외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정부도 그 여파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책은행과 공공 기관은 해외 채권 발행 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게 돼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민간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융회사 해외 자금조달 담당자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 일정이 겹칠 경우 조달 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고 조달 규모가 너무 크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재부가 발행 시기(윈도우)를 조율해준다”며 “기재부의 줄 세우기에 따라 보험사의 자금 조달 시기나 성사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생명보험사들이 조달한 해외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거나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하는 모습이다. 공공 기관이나 민간 금융사, 일반 기업 모두에 이 같은 주의를 내리고 있다.
KDB생명은 이달 2억달러 규모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쳤다. 당초 발행 계획 규모는 3억달러였다. 그러나 기재부가 원화로 환전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자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늦어졌고 조달 규모도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해외로 나서려는 생명보험사들은 환전하지 않는다거나 국내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취지는 수긍할 만 하지만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자본확충이 급한 생명보험사들에 과도한 제약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것 보다는 그와 매칭할 달러화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민간 기업의 선택을 제약할 필요는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에 나서면서 신흥국의 자금의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급격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로선 미리 충분한 달러를 확보해두는 것이 건전성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