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주체 따라 신용등급·조달금리 차이 커
지주사 피인수가 가장 유리하지만 관심 낮아
오너일가·경쟁사 인수 등은 긍정 효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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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 금융 계열사 효성캐피탈을 2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효성캐피탈로서는 신용등급을 높이고 발행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곳에 인수돼야 향후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고 시장 지위도 갈수록 약화하고 있어 우량 원매자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효성그룹은 ㈜효성을 인적분할 해 존속회사를 그룹 지주사로 하고 섬유·무역, 중공업·건설, 산업자재, 화학 등 사업회사를 신설하는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정 분할기일은 6월 1일이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승인 받는 절차를 밟게 된다. 효성은 지주회사 전환 후 효성캐피탈을 보유할 예정인데 법에 따라 2년 안에 행위제한요건(지주회사는 금융사 보유 금지)을 충족해야 한다.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 처분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도끼눈을 뜨고 있고 재벌 그룹들도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굳이 복잡한 방안을 고안하기는 부담스럽다.
효성캐피탈을 매각해 지주사가 금융회사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깔끔하고 잡음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한에 닥쳐서 파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는 편이 정부의 기조에 맞추면서도 좋은 값을 받기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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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캐피탈의 사업성을 유지하고 개선시킬 원매자가 나타날 지에 대해선 전망이 갈린다.
효성캐피탈은 주력인 기계·장비 리스 외에 자동차금융 등도 하고 있다. 업계 내 경쟁 강도는 심화하고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다. 경쟁사들은 자산을 늘려 박해지는 이익성을 보완했지만 효성캐피탈의 자산 규모는 큰 변동이 없다.
캐피탈은 결국 조달 금리가 수익성을 좌우하는데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로 업계에서 높은 수준은 아니다. AA급 회사들과 같은 규모와 만기로 채권을 발행해도 조달 비용이 1% 이상 더 들기도 한다. 유사 시 효성의 지원 여력은 충분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있다.
효성캐피탈의 사업성을 높여줄 원매자로는 금융지주사가 첫 손에 꼽힌다. 금융지주에 인수되면 신용등급이 오르고 유사 시 안정성도 크게 높아진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캐피탈사를 보유하고 있고 비은행부문 강화의 핵심 영역도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조달 경쟁력을 감안하면 지주에 인수되는 편이 가장 좋지만 지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지주회사 전략 담당자도 “이미 기존 캐피탈사와 계열사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다 캐피탈사를 인수해 얻을 자산 확대나 비은행부문 강화 효과도 크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효성 오너 일가가 가져가는 방안은 꼼수로 비춰질 수 있다. 개인 회사는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데도 불리하다. 요즘 캐피탈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크게 밑돈다지만 개인 자격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캐피탈사가 인수하는 경우엔 인수 주체의 신용등급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캡티브계나 지주계, 혹은 독립계라는 특성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업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계 리스를 아예 하지 않는 캐피탈사가 인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복비용 절감 등 덩치가 커지는데 따라 부수되는 효과 정도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캐피탈사와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렌터카 업체 등도 잠재 인수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한동안 캐피탈사의 수익을 견인했던 자동차금융 부문이 점차 레드오션화 한다는 점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도가 높은 완성차 업체는 이미 캡티브 물량을 소화할 캐피탈사가 있기 때문에 M&A 욕구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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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