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련은 동북아 조선·물류 허브로 부상
국내 조선소는 혈세만 수조원 들였지만 경쟁력 잃어가
-
중국 대련이 동북아 조선, 교통 허브로 떠올랐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 곳도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함이 건조된 것도 다름아닌 대련이어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조선업계의 현황은 피폐하다는 평가다.
이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한 STX조선이 다시금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도 확보했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했지만, 지난달 또다시 청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다 막판 노사간 극적 합의로 위기를 넘겼다. 그동안 회사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공적자금만 8조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꿈의 조선소’라 불리는 STX대련 조선소는 폐허가 됐다.
STX는 2008년 3조원을 들여 중국에 STX대련조선소를 만들었다. 여의도 면적의 2배 규모인 약 170만평 부지에 주조, 단조 등 기초소재 가공에서 블록제작, 선박 해양플랜트 건조까지 조선 전 분야의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한때 고용인력만 2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STX그룹은 2012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대련조선소도 2013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STX조선은 대련 매각에 나섰지만, 수 차례 유찰되며 인수자를 찾지 못해 지금은 주요 시설을 모두 매각하고 폐허 상태가 됐다.
STX조선이 중국에서 재기하거나 추가적으로 회수할 만한 여지는 없다. 중국 법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사업을 접으려면 그간의 부채나 밀린 임금을 모두 갚도록 하고 있다. 부지와 설비를 덩그러니 두고 나오는 것 이상의 방안을 선택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그사이 대련은 동북아 조선, 교통의 허브가 됐다. 중국은 대련에서 2013년부터 자국산 첫 항공모함인 001A함을 건조해 이달 첫 해상시험까지 마쳤다. 남북 화해모드에서 동북아 물류 허브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의 조선업 기술력은 한국의 턱 밑까지 쫓아왔다. 대련은 중국의 주요 조선소들이 집결한데다, 임금 경쟁력과 더불어 선박 건조기술까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이에 반해 국내 조선업계의 상황은 암담하다. 국가 차원에서 수 조원을 들였지만 좀처럼 조선업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논리에 경쟁력을 잃은 조선소 살리기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차라리 해외주요 거점에 생산기지를 보유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이 힘들어지면서 가장 먼저 추진된 것이 해외에서 인수한 조선소 매각이었다”라며 “수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해외거점에 조선소를 살려놨으면 지금쯤이면 그 수혜를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01일 14: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