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기업'으로서 정체성 선언...정 부회장 능력 입증 다시 평가
미래비전과 조직력도 보여야...주주들은 '미래'를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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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은 결국 '승계'(Succession) 문제로 귀결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정회장 일가(the Chung Family)에게는 매력적인 기회"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시도가 한발 미뤄졌다. 직접적 원인은 합병비율에 대한 모비스 주주들의 반발이다. 즉, "모비스 주주들은 주식1주당 글로비스 주식을 0.61주보다는 더 받아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지배력을 공고히 할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진다.
◆본업에 가장 관심을 갖는 후계자..부친과는 다르지만 평가는 긍정적
그간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차 기술을 이끄는 핵심 인사로, 직접 연구개발 조직을 신설해 글로벌 인재를 수혈하며 기술개발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은 2005년부터 활발한 경영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2006년 폭스바겐그룹에서 활약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 디자인을 앞세운 'K시리즈'로 기아차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는 현재까지도 정 부회장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이후부터는 현대기아차의 '성능'과 '디자인'을 책임지는 인사 영입에 앞장서왔다. 제네시스와 고성능 자동차 사업 부문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제네시스의 글로벌시장 안착, 또 고성능 차량 사업 성공 여부는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오너 일가이긴 하지만 웬만한 전문경영인보다 뛰어난 자동차 전문지식을 갖고 있고, 미래차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며 "K시리즈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큰 성과는 아직 없지만 대내외적으로 그간의 경영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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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인 정몽구 회장은 반대 모습이었다. .
정몽구 회장의 그간 경영 전략은 '외형 확장'으로 점철됐다. 한보철강을 인수해 지금의 현대제철로 키웠고, 현대차그룹은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08년 옛 신흥증권(現 현대차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캐피탈·카드 등 금융사 진용을 갖췄다. 또 2011년엔 국내 최대 건설사 중 하나인 현대건설을 되찾아 왔다. 차회사 오너이지만 차회사 이상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완성차 그룹을 넘어, 아버지 세대의 '현대그룹'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경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각 업종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사실상 현대가의 장자로서 '현대그룹'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비쳐왔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의 전권을 쥐고 있었더라면 정몽구 회장이 사업보국의 일환으로 추진한 한전부지(삼성동 신사옥 부지) 인수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CEO'라기보다는 '자동차 회사 CEO'라는 타이틀에 적합한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살림 책임질 수 있느냐는 별개문제...그룹 '오너 경영인'으로서 능력ㆍ자질 다시 평가받을 것
사실 이런 평가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미래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의 기술지향ㆍ디자인지향 성향은 오히려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인지된다.
이른바 현대차의 '구세대'경영진이 이뤄낸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새 경영인의 덕목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는 것.
그는 최근에는 국제가전박람회(CES)는 물론, 글로벌 주요 모터쇼에도 속속 모습을 나타내며 국내 대기업 경영진 가운데는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활동이 비춰질때마다 주주들과 투자자들도 주가상승 등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에도 '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과 '현대차그룹'이라는 대기업 집단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느냐 문제는 별개로 남아있다.
지금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자동차 회사로 보기 어렵다. '자산규모 200조원', '재계2위 그룹', '제철, 냉연강판, 대형건설, 증권, 생명보험건설, 제철, 엔지니어링, 광고대행업'까지 모두 갖춘 재벌그룹.
동시에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개편안은 일차적으로 '현대차→기아차→모비스'의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에 모비스를 붙여줌으로서 그룹 장악력을 정 부회장에 확고히 실어주는 구조다.
즉 현대차그룹이 '오너 경영인'이 이끄는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글로벌 투자시장에 선언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주주들의 온전한 '동의'를 얻어내려면? 단순히 기술적인 분할합병비율 조정이나 현재가치 산정의 공정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며. 주주가치 제고에 충분히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동의'여부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물론, 기업집단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과 지배력에 대한 평가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 이는 정 부회장 개인의 역량 뿐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 업무조직과 임원진이 충분한지, 또 그룹 전반을 이끌 실력이 있는지로 귀결된다.
일례로 삼성그룹이 10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했듯이 현대차가 미래사업을 대비, 글로벌 부품회사 또는 기술력 있는 자동차 회사를 M&A한다고 할 경우.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경험과 전략을 갖춘 M&A조직이 충분히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폐쇄적인 모습이었던 현대차그룹은 대기업치고는 이런 경험이 부족하다. 경험과 역량, 판단력을 갖춘 조직이 부재할 경우. 결국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이런저런 제안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자칫 실패한 M&A로 그룹을 망친 다른 대기업의 점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지는 투자업계와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모비스 분할회사 상장을 통한 가치평가 혹은 모비스-글로비스 합병비율 수정 등 예상가능한 방안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주주들의 동의가 흔쾌히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결국 현대차가 제시할 미래비전, 그리고 이를 이끌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평가가 다시 주목받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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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31일 14:2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