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대세 상승 끝났다" 전망도
"종목별 대응 장세 시작할 것" 예측
가치주·절대수익 투자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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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3000포인트를 향해'라던 구호가 무색하게 됐다. 코스피지수는 2400~2500포인트 사이 박스권에 갇혔고, 1000포인트를 넘보던 코스닥지수도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승을 주도하는 섹터(산업군) 없이 단기 테마 위주로 수급이 오가는데다, 신흥국 위기설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하반기 증시는 더욱 전망하기 어려워졌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성장주의 주가 상승세가 꺾이며, '가치주'와 '절대수익' 투자가 다시 주요 테마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경제협력(경협)주건 바이오주건 무조건적인 상승장은 끝났고, 이젠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선별 장세'가 이어질 거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월 들어 국내 증시는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낀 자금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지난해 하반기 증시를 떠받쳤던 수급이 조금씩 흔들리는 상황이다. 지난 1월말 32조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증권사 고객 예탹금 규모는 최근 27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정부 차원의 부양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코스닥지수의 힘이 빠졌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부양 기대감에 2조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국내 기관이 약 2조원, 외국인이 5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코스닥이 포함된 대표지수 KRX300이 정식으로 출범했음에도 코스닥은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
텐베거(주가가 10배 오른 주식)를 양산했던 바이오 섹터는 '곡소리'가 날 지경이다. 전문투자자 사이에선 일부 바이오 회사에 대한 감리 결정과 수사 착수 등을 두고 "정부가 바이오를 일부러 눌렀다"는 괴담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KRX헬스케어 지수는 연초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고, 사실상 바이오 대표지수 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닥150생명기술 지수 역시 6100선에서 지난달 초 430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한 증권사 투자담당 임원은 "바이오 섹터의 경우 지난해같은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파이프라인을 갖춘 기업이나 적용 범위가 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이슈로 건설·자원 등 이른바 경협주가 주도주로 부상했다. 다만 이조차 북미회담이 끝난 이후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데다, 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그 와중에 대외 여건은 더욱 힘들어졌다. 미국 경기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며 금리가 높아지고 있고, 덩달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 횟수는 4회로 연초 시장의 전망보다 1회 더 많다. 내년 3회, 내후년엔 1회가 예상된다. 금리를 먼저 올리고 나중에 상황을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년 전 2.2%안팎을 오가던 미국 10년물 채권 금리는 이제 3% 안팎을 오가고 있다.
이는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 특히 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의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증시는 폭락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달러(약 53조원)의 구제금융을 약속받았음에도 페소화 가치 하락과 증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를 비롯해 국내 금융시장은 신흥국발 경제위기설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만만치 않고 경제를 낙관하지 않는다"며 보수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선 그간 성장주의 급등에 가려진 가치주나 절대수익 투자에 다시 관심을 가져볼만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자문사 운용역은 "장은 횡보하고 금리는 오르는 이런 장세가 헤지펀드가 수익을 내기 가장 유리한 시장"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죽을 쑤던 헤지펀드 상당수가 근래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공모형 헤지펀드 재간접 펀드인 미래에셋 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의 경우 1개월 수익률이 1.99%로, 벤치마크 지수 대비 4배나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운용규모 870억원에 최근 1달 유입액이 235억원에 달한다.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가 없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경협주 테마가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개방 성과에 따라 섹터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남북경협 복원 단계에서는 철도·도로·개성공단 관련 주식에, 북핵 사찰 및 재사용 불능 단계에서는 소재 및 산업재·인프라·항만·기계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는 것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담당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이슈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싸이클을 탈 것"이라며 "새로운 종목 찾기보다는 향후 기업이 이익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는 기존 남북 경협주를 각 시점에 따라 비중 조절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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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