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종근당 등 계열사 지분 지렛대...재단 활용도
사회적 요구수준 높아지며 지주회사 배당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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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로' 승계하는 시대에서 지주회사'를' 승계하는 시대가 왔죠. 지주사 전환으로 2~3세 승계의 고비를 넘긴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의 승계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지주회사 전환은 승계에 있어 '단 한 번'만 사용 가능한 만능열쇠니까요." (한 지배구조 컨설팅회사 대표)
국내 최초의 지주회사가 등장한 지 15년이 지났다. 그간 한국타이어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비교적 손쉽게 승계를 마무리지었다. 정부도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세제 혜택을 약속하는 등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권장했다.
문제는 이 다음 세대로의 승계다. 후계자에게 지주회사 지분을 어떻게 확보시키느냐가 주요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구태'를 일부 활용하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상속·증여세 마련을 위해 지주회사의 배당이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1호 지주회사인 ㈜LG는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LG가(家) 4세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사내이사로 임명할 계획이다. 구 상무는 현재 ㈜LG 개인 4대 주주이자 구씨 일가 내 3대 주주로 후계자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구 상무는 14년전인 2004년부터 ㈜LG 지분을 사모으며 승계를 준비해왔다. 선대 구본무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는 LG그룹 지주회사 전환과 GS그룹 분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됐지만, 구 상무의 승계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금 확보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가 자본시장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이장한 회장의 지배력을 크게 높인 종근당그룹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승계를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의 맏아들인 이주원씨는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사모으고 있다.
앞서 이주원씨는 2008년 분할 전 종근당 지분 0.22%를 가지고 있다고 신고한 바 있다. 지분 취득 자금의 출처는 '투자이익'이라고 기재했다. 이장한 회장은 2001년 시스템통합(SI)업체 한국하이네트를 인수하며 지분 일부를 이주원씨에게 인수토록 했다.
당시 만 14세였던 이주원씨는 2001년 8월 기준 한국하이네트 지분 14억원어치를 보유해 '미성년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하이네트는 이후 상장폐지됐지만, 여기서 나온 자금 일부가 종근당 지분 인수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원씨는 이후 배당금 등을 활용해 종근당홀딩스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모았다. 2016년엔 종근당바이오 주식 2.29%를 2016년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종근당홀딩스 주식을 받기도 했다. 종근당바이오 지분은 이주원씨가 만 20세였던 2007년부터 배당금 및 보유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돈으로 사들인 것이다.
종근당은 재단법인도 승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종근당 설립자 고촌 이종근 전 회장의 사재로 설립된 고촌재단이 종근당홀딩스 지분 4.86%를, 고촌학원이 3.6%를 보유하고 있다. 법적으로 이장한 회장과 특별관계인 관계는 아니지만,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4세 승계가 이뤄진 두산그룹 역시 비슷한 과정으로 승계가 이뤄졌다. 박정원 현 두산그룹 회장은 1962년생으로, 1985년 두산산업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해 비교적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가 내놓은 ㈜두산 지분을 매입하고, 박용곤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는 방식으로 ㈜두산 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주로 ㈜두산과 두산건설 등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과 보유주식 담보대출로 충당했다. 이런 승계가 가능했던 건 ㈜두산의 '친족 보유 구조'도 한 몫 했다. 두산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두산 보통주 지분율은 48%에 달하지만, 박정원 회장이 보유한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6.96%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가 금지되고 더 투명한 지배구조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승계용 자금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간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이 난무한 건 미비한 제도의 영향도 있는만큼 경영권 승계 법규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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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