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운용처 마땅치 않아 고민
일부 보험사는 환차익 노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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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해외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 자금을 조달하긴 했는데 국내외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운용처가 고민이어서다.
단기적으론 건전성 비율을 높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비용 부담만 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교보생명을 필두로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 보험사들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규모도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까지 이른다. 올해 하반기에도 조단위 발행 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후순위채를 통한 자본확충이 주를 이뤘다면 이 마저도 여의치 않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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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내 보험사 투자 담당자는 “국내에선 더 이상 투자 수요를 끌어오기 힘들다 보니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라며 “보험사 자본확충의 최후의 보루라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자본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발행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이 자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 지가 막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2억달러 발행에 성공한 KDB생명의 해외신종자본증권 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2.84%)에 가산금리 4.66%를 붙였다. 7% 이상의 금리를 주고 조달한 셈이다.
그나마 국내보다 금리가 높은 해외채 투자 정도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지금 안정적으로 7% 이상의 수익을 낼 곳을 찾기 쉽진 않다. 미국 5년 물 국채 금리가 3% 선이고, 우량 미국 회사채 금리가 5%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미국금리 상승에 따른 환헤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미 일부 기관투자자는 환 헤지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 투자를 재검토 하는 상황이다.
알려진 바로는 일부 생명보험사는 마땅히 굴릴 데가 없다 보니 환 차익을 얻으려는 곳도 있다. 환 헤지 비용을 들이지 않고 환율 변동성에 노출 시켜 수익을 거두기 위함이다.
정부 안에서도 이런 방식의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자를 제외 하고 마땅한 자본확충 수단이 없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허용해 줬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외환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신종자본증권이 통상 발행 5년 후 콜옵션이 있다는 점에서 자본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반응도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5000억원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때만 하더라도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투자하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엔 '옥석 가리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건전성이 떨어지는 보험사들은 자연스레 발행금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해외 투자수요가 있지만, 발행 물량이 쏟아지면 투자 유치가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외에서마저 자본확충 수단이 막히면 중소형 보험사들의 건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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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