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마케팅 불구 美 판매량은 뒷걸음질
소비자 인식과 '괴리감'…"밸류카 이미지 강한 탓"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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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기아자동차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미국 소비자조사기관인 JD파워(J.D.POWER)의 2018년 자동차 신차품질조사(Initial Quality Study; IQS) 분야에서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독일의 포르쉐(Porsche)는 물론이고, 일본의 렉서스(Lexus), BMW와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등 글로벌 최고급 브랜드를 크게 앞지른 결과다.
JD파워의 순위는 매년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 판매량은 역주행 중이다. JD파워의 결과와 소비자 인식의 괴리감이 크다는 평가와 함께 이를 활용한 현대기아차의 마케팅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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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동차 브랜드가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1·2·3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5년부터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고, 현대차는 이 결과를 꾸준히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JD파워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14년 기아차와 현대차는 JD파워의 내구성 품질조사(Vehicle Dependability Study; VDS) 순위에서 각각 13위와 14위를 기록했다고 홍보했으나 실제와는 차이가 있었다. 당시 실제 현대기아차의 순위는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돈 21위와 22위였으나 자체적으로 렉서스·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BMW 등 8개 고급 브랜드를 제외했다.
과거의 결과를 차치하고 현재 상황을 두고 봤을 때 현대기아차의 신차품질은 실제로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신차 품질의 결과가 실제 판매량으로 직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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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파워의 결과만으로 현대기아차가 과연 글로벌 톱클래스를 다투는 브랜드로 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는 90일 이내 신차를 구입한 차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불만 사항이 얼마나 적은지를 수치화 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설문은 온·오프라인으로 약 30페이지가량의 설문지를 통해 진행한다.
신차품질조사에 참여했던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잡지나 딜러, 지인을 통해 신차에 대한 정보를 얻던 시절에 전문 잡지를 통해 주로 소개되던 JD파워의 영향력은 상당했으나 최근엔 신차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 지면서 소비자들의 JD파워 의존도가 많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30페이지에 걸쳐 차량의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충실히 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비교적 저렴한 차량의 경우 불만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밸류카(Value Car)'의 이미지가 강하다. 다시 말해 비교적 저렴하지만 디자인과 품질은 양호한 차량,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차량인 탓에 소비자의 만족도 또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신차품질조사에서 BMW는 11위, 벤츠는 15위, 아우디(AUDI)는 25위, 볼보(Volvo)와 재규어(Jaguar)·랜드로버(Land Rover)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포르쉐에서 잔 고장이 나타나는 것과 현대기아차에서 잔 고장이 나타나는 것은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차이가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초기품질이 포르쉐와 BMW·렉서스·벤츠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면 그걸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했다.
현대차의 '밸류카'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은 가격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내 다른 브랜드의 동급 차종과 현대기아차의 신차 가격 격차는 점차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전략적인 판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장을 뺏기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밸류업을 시도하면서 가격을 더 낮추지 않는 상황인데 이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며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가격마저 비슷해져 버리면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자체적으로 브랜드 정체성(아이덴티티)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파워를 갖춘 독일차, 정숙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일본차, 패밀리카 역할에 충실한 유럽차와 같이 브랜드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의 마케팅을 보면 성능과 디자인, 미래차 기술 등 이것저것 다 담으려는 조급함이 여실히 드러난다"며 "최근의 결과를 내실 있는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선 브랜드 정체성의 확립을 비롯해 근본적인 전략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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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