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거래·주식 잔고 1년새 2배 이상 폭증
"해외 랜드마크딜 소싱 능력이 경쟁력 척도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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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거래주선(딜 소싱)이 증권사의 새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유동성은 연일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갈 곳 없는 자금은 결국 해외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한국에서의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려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중순부터 월 단위로 제공하던 G2(미국·중국) 주식 트렌드 레포트를 데일리 레포트로 전환했다. 시황 및 주요 종목 소식을 매일 정리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해외주식 투자와 관련한 방송 광고를 론칭했다.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에 방점을 찍고 주요 미국 및 중국 상장 종목에 대해 국내 기업만큼 상세한 수준의 분석 레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해외주식 통합증거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도의 환전 없이 원화 증거금으로 바로 해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다. 환전은 매매일 다음 영업일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한국투자증권은 달러·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24시간 영업점 환전 서비스를 도입했고, 미국·중국 주식 거래시 적용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투자고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건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투자자 해외 주식 투자 총액은 올해 1분기 110억달러(약 11조2000억원)으로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증권사 해외 주식 잔고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 해외주식 잔고는 12조5000억여원으로 지난해 말 10조3000억여원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6조4000억여원에 비교하면 1년만에 2배로 부풀었다.
이는 국내 유동성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올해 3월말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1091조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00조원 넘게 늘어났다. 증시 주변자금 역시 지난 20일 기준 120조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투자를 기다리는 자금은 늘어났는데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 지난 22일 기준 코스피의 3개월 수익률은 -6.3%였다. 연초까지 뜨거웠던 코스닥도 같은 기간 -5.2%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 기간 미국 S&P500이 4.0%, 나스닥이 7.6%, 영국 FTSE100이 8.7%, 일본 닛케이225가 5.1%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대 수익률이 10% 이상 밑돈다.
한 증권사 투자 담당 임원은 "국내 경기·경제지표가 망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 증시엔 여전히 글로벌 경제 호황의 온기가 닿고 있다"며 "국내에선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는 물론 대체투자조차 마땅치 않아 해외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자금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국내 유동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의 개인 회사 스페이스엑스나 글로벌 라이드셰어링 회사 우버, 중국 1위 라이드쉐어링 업체 디디추싱이 국내에서 우선주 투자를 유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같으면 구경도 힘들었을 랜드마크 딜(deal)이 넘치는 유동성·좋은 투자조건·빠른 의사결정을 찾아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거래를 수임할 수 있느냐, 그래서 고객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며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바닥권을 다시 탐사하는 수준으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소비와 설비투자, 경기선행지수 등 경제 지표도 둔화세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증시는 이미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난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낸건 비교적 수수료율이 높은 해외 주식 거래가 활성화된 탓도 있을 것"이라며 "호황이 예상보다 조금 길게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를 빼면 국내 산업군 중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는 곳이 없기 때문에 해외 투자가 당분간 대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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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