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대외변수 탓이지만 구 회장에 나쁜 그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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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 부진으로 인해 LG그룹 4세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가 예상치보다 최대 2000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달 20일까지 ㈜LG 주가가 지금 수준만 유지하면 세금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이 ㈜LG로부터 받는 연간 배당금이 14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고(故) 구본무 전 회장 지분 상속 부담이 상당부분 가벼워진 셈이다.
지난 3일 ㈜LG 주가는 6만9500원으로 거래가 마감됐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LG 지분 11.28%의 가치는 1조3253억원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6400억여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연초 주가를 기준으로 나온 예상 상속세보다 약 2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LG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서 상속세는 거래량과 무관하게 종가만을 단순 평균해서 나오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동법 제63조는 주식(유가증권) 상속은 '4달의 기간'을 기준가격으로 두고 세금 부과액을 산정하도록 했다. 상속받을 주식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 세율인 50%가 적용된다. 오는 11월20일까지 자신 신고시 5% 추가감면이 이뤄진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지난 5월20일 별세했으므로 구광모 회장의 상속세 산정기간은 3월20일부터 이달 중순인 7월20일까지로 잡힌다.
연초에 ㈜LG의 주가는 9만원을 넘어섰다. 이 때만 해도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가치는 시가로 1조7500억원이 넘었고, 상속세는 절반인 약 8300억원에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LG 주가가 하락했고 이때가 상속세 부과시점으로 잡히면서 지분가치도 4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로 인해 상속세도 2000억원 가량 줄었다.
사실 이런 주가 급락은 ㈜LG만의 특이사례는 아니다.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LG의 주가 또한 이런 차원에서 미끄럼틀을 탔다. 5월20일 이전 2달 동안의 평균 종가는 8만3500원이다.
다만 공교롭게도 딱 이 시기가 상속세 부과시점으로 잡히다보니 세금이 연초 기준보다 줄어든 셈이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상속 규모가 큰 만큼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상증법은 2천만원 이상의 상속세는 최대 5년까지 나눠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5년간 나눠낸다면 1년에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연간 1440억원 수준이다.
상장 주식이므로 물납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감당할 수준의 지분만 상속받고 연부연납과 물납을 활용해 부담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 회장의 상속세 신고 및 납부 기한은 오는 11월20일까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의 상속 이슈 때문에 7월까지는 LG그룹이 주가를 부양할만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거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최근 주가 급락은 대외변수에 따른 것이지만 지분을 매각할 일이 없고 거액의 세금 부담을 눈 앞에 둔 구 회장에게 나쁜 그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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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