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에게 저금리 대출'외엔 비즈니스모델 못보여줘
증자 둘러싸고 잡음도...대형은행서 생존 걱정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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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도 아니고 대체 언제까지 자본을 넣어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타깃 고객군과 상품도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를 것 없고요. 주주사들이 누가 돈을 넣고 누가 발을 빼나 눈치싸움을 벌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한 인터넷은행 주주사 관계자)
'고인 물' 은행권에 신선함을 불어넣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이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출범 1년이 지났지만, 기존 은행권의 우량 고객을 비교적 낮은 금리로 빼오는 것 외엔 아무런 수익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정한 비판이 잇따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은산분리 완화 가능성이 쑥 들어가며 안정적인 자본 확충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쟁의 강도도 더 세질 전망이다.
국내 1·2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출범 1년을 맞이했다. 이들의 6월말 기준 총 여신 규모는 약 8조원, 총 수신 규모는 약 10조원에 이른다. 고객 수는 카카오뱅크 618만명, 케이뱅크 76만명으로 총 700만명을 넘어섰다.
수익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1분기 케이뱅크는 188억원, 카카오뱅크는 53억원의 적자를 냈다. 아직 충분한 수익을 내는데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까닭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1~3등급)에 대한 신용대출 영업에 집중했다. 고신용 차주의 대출 비중이 96.1%로 국내은행의 84.8%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3월 가계신용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 연 4% 미만 저금리 대출의 비중이 68.3%로 국내은행 54.6%보다 높았다. 반면 5~10%금리대 대출 비중은 7%로 국내은행 24.3%보다 크게 낮았다. 이를 한국은행은 "시장 점유율 확대 차원에서 고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기존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여 영업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보증부대출이 통계에서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브리핑을 통해 "통계 기술상의 문제가 있으며 사실상 중금리대출 비중이 높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인터넷은행이 출범 이전에 보여준 청사진에선 크게 어긋나있는 모양새다. 인터넷은행들은 빅데이터와 정보통신(IT)기술을 활용한 자체신용등급평가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늘려나가겠다고 공언했었다. 시스템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다 보니 중금리 시장을 보증부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상품군을 다양화해야 하지만, 올해 도입 예정이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등의 신사업은 아직까지도 가시화한 것이 없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죄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나설 수 없는데다, 자본력·영업망이 부족해 들이는 비용 대비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은행 영업인가 이전 금융당국이 약속했던 은산분리도 흐지부지됐다. 최근 인터넷은행으로 한정해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지만, 참여연대가 '대선공약 파기'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여당 일부 의원들도 고개를 젓고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을 지속하다보니 자본적정성비율은 뚝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20% 중반에 달하던 두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말 기준 10%대 초반으로 줄었다. 인터넷은행은 2년 뒤엔 2020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III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지속적인 영업을 위해선 자본확충이 필수인데,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데다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해 주주 사이에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케이뱅크 증자를 둘러싸고 일어난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당초 3000억원 증자를 계획하던 케이뱅크는 주주간 협의 끝에 규모를 1500억원으로 줄였다. 이런 가운데 부족분인 1500억원 이상을 DGB금융그룹에서 담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새어나왔다.
DGB금융은 최근 최고경영진이 교체된데다 현재 진행 중인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아 여력이 없는 상태다. 기존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우리은행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DGB금융은 우리은행의 반발을 고려해 지주나 대구은행이 아닌, DGB캐피탈을 통해 소수 지분을 투자했다. 우리은행과 DGB금융과의 미묘한 신경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증자의 답이 없다보니 DGB 백기사론이 불거진 것 같다"며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유치도 언급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반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겨우 5000억원의 자본을 확보하게 되는 케이뱅크와는 달리 카카오뱅크는 상황이 한결 나은 상황이다. 지난 4월 5000억원의 증자에 성공해 1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을 늘렸다. 주주사가 9곳에 불과한데다, 은행업 진출을 소망하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투자 의사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의 지분 참여 제한에서 오는 괴리감은 여전하다. 카카오는 얼굴마담일 뿐이고 결국 실익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다 챙겨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설립 준비 과정에서부터 고위급 인사가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 하반기 정부의 정책 의지가 인터넷은행의 향후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일단 9월 국회에서 은산분리법이 통과될지 여부가 첫 쟁점이다. 최근 금융위가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입여력이 있다면 인터넷은행의 추가 인허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변수다.
한 대형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대형 은행 4곳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대출을 신청하기만 해도 인터넷은행의 영업을 사실상 마비시킬수 있다"며 "출범 초기엔 일부 긴장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터넷은행의 생존 여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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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