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료 장벽 사라지자 온라인엔 '구매 인증' 열풍
'소비자 데이터' 수집 포석…국내 사업으로 이어질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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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유통기업 아마존이 국내 무료배송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비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평소 배송료 부담으로 쉽게 구매할 수 없었던 물품을 저렴하게 장만한 이들의 '인증'이 잇따랐다. 일부 품목은 쿠팡ㆍ티몬ㆍ위메프 최저가보다 낮아졌다.
이번 이벤트가 결국 아마존의 한국 진출 테스트 베드일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소셜3사를 비롯한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수년간 우려했던 '악몽'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90달러 넘으면 무조건 배송료 0원…일부품목 국내 소셜3사보다 싸
지난 5일 아마존은 사전 공지 없이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물품을 ▲총 90달러 이상 구매해 결제할 시 한국까지 무료로 배송해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몇 개의 상품을 사더라도 총합이 90달러를 넘으면 모두 배송료를 면제해줬다.
국제 배송은 무게는 물론, 부피에 따라 배송료가 커진다. 여행용 캐리어나 영유아용 체험 장난감처럼 부피가 큰 물건은 '배송료>물건값'인 경우도 생긴다. 이로 인해 이른바 '직구'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아마존이 이 장벽을 치워버린 것이다.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물품 중에는 국내 소셜커머스나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들이 많다. 특정 가전브랜드의 경우 국내에선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까지 덧씌워져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자연스레 최근 일주일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아마존 무료배송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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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명한 피셔프라이스나 브이텍의 6만~9만원대 영유아용 체험 장난감 상품은 아마존에서 30달러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이전까진 상품의 부피로 인해 4개 정도의 상품을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별도 배송료가 130달러가량 따로 붙어 실 결제 금액은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배송을 무료로 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싱가포르 등에서도 진행…적자 감수하면서도 무료는 '데이타 축적용'?
아마존의 배송은 미국 내륙운송→항공 또는 해운→국내 택배사 연계 운송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적자가 뻔한 구조다.
게다가 아마존은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며 물품별로 묶음배송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5종류의 상품을 주문하면 상품별 통관절차를 거쳐 먼저 통과되는 순서대로 별도 배송된다. 아마존 입장에선 주문 유형에 따라 상품 가격의 두세 배 이상의 운송료를 부담해야 할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같은 부담이 만만치 않았는지 아마존은 시행 일주일만인 지난 13일 가전제품 등 대형 물품에 대해서는 무료배송이 되지 않도록 바꿨다. 이 같은 과정 역시 별다른 공지 없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 적자를 감수한 이런 '실험'을 두고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국내 진출을 준비하며 소비 패턴 데이터를 얻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한국을 '전략적 고려 지역'에선 제외하고 있지만,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법인을 출범하고 50여명의 직원을 고용해 아마존닷컴에서 판매할만한 국내 상품을 소싱(sourcing)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미국 현지 리쿠르팅(고용) 행사 때마다 한국인 유학생에게 관심을 보이며 한국 관련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게다가 아마존은 이미 수년전부터 국내 소비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사는지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무료배송 이벤트가 추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존 데이터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아마존은 지난 2014년부터 싱가포르에서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안팎의 무료배송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프리미엄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나우' 서비스를 개시했다. 연 99달러를 내면 특정 상품군을 2시간 안에 무료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그간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다.
국내에도 비슷한 컨셉으로 진출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인천 등지의 보세구역에 창고를 빌리고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며 회전율도 높은 상품을 미리 쌓아놨다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배송하면 된다. 기존에 쌓여있는 국내 물류망을 잘 활용하면, 대규모 투자 없이도 얼마든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등장해 몸집을 불리던 소셜커머스가 기존 유통업 질서에 편입된 지금, 아마존이 국내에서 유통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거란 분석이다. 체급이 다른 '메기'가 본격적인 경쟁자로 등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브랜드 인지도는 이미 국내에서 매우 높다. 지난해 해외직구 건수는 2359만건, 구매 규모는 21억달러(2조200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인 12억달러가 미국에서의 직구이고, 그 중에서도 3분의 1 이상은 아마존을 통한 직구로 추정된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그간 국내 유통업계는 사실상 포화된 시장 속에서 아마존 등을 벤치마크해가며 경쟁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아마존의 국내 진출은 국내 업체들에겐 큰 위기가 될 수 있는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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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13일 15: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