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자본비율 대형은행 최하위권
지주 자금 조달도 문제...M&A 속도 조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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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다시 지주 체제 출범을 눈 앞에 둔 우리은행은 금융권의 예상처럼 내년 금융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이 될까. 우리은행은 최근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데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여력도 지금의 10배 이상 늘어난다.
다만 기존 은행·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이 발목을 잡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비은행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긴 하겠지만,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려면 공격적인 M&A는 힘들거란 평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주식이전·교환을 통해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4년 11월 지주와 은행이 합병한지 4년 만이다. 금융위원회의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고, 계획대로 진행되면 우리금융지주 신주가 내년 2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된다.
지주 전환의 핵심적인 계기는 포트폴리오 확장이다. 민영화를 위해 증권과 생명 등을 매각한 우리은행은 지주를 중심으로한 통합금융 시대에 사업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한도는 자기자본의 20%까지로 제한돼있다.
우리은행의 자기자본은 약23조원으로, 자회사 출자한도는 4조6000억여원이다. 이중 이미 우리카드, 해외 법인 등으로 4조1000억원을 소진했다. 한도가 5000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소형 증권사 하나도 사기 힘든 수준이다.
지주로 전환하면 신설되는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투자에 쓸 수 있는 범위는 7조원으로 늘어난다. 지분 이전 비율이 1대 1이기 때문에 연결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23조원이 된다. 지주는 자회사 투자에 있어 금융지주회사법상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를 받기 때문에 자기자본의 20%가 아닌, 130%까지 지분 매입에 쓸 수 있다.
전환비율상 130% 중 100%는 은행 지분 보유에 써야 한다. 나머지 30%인 6조9000억여원이 신설되는 우리금융지주의 투자한도로 계산된다. 은행 체제와 비교할 수 없는 확장력이 생기는 셈이다.
문제는 자본여력이다. 우리은행의 현금성자산은 5조원이 넘지만, 이게 곧 신설될 우리금융지주의 자산은 아니다. 신설될 지주가 M&A에 쓸 현금을 마련하려면 자산을 매각하거나 결국은 차입을 해야 한다. 국내 대형금융그룹들도 지주사 차원의 차입액이 각 사당 4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주에 대한 주주배정 증자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일단 추가 출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이 18.5%에 달한다. 지난 2016년 과점지분 매각을 통해 지분 29.7%를 보유하게 된 주주사 7곳 중 IMM프라이빗에쿼티,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도 기관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추가 출자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본건전성도 아직 경쟁사에 비해 약한 편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07%로 국내 대형은행 및 지방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있다. 우리은행보다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은 곳은 수협은행과 전북은행 정도다.
M&A를 통해 자회사 주식을 인수하면 위험자산이 늘어나며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한다. 내년 바젤III 기준이 완전 적용되면 은행들이 갖춰야 할 자본의 하한선이 높아진다. 바젤III는 2019년 기준 경기대응 완충자본 최대치인 2.5%를 부과했을때,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은 보통주자본비율 10.5%, 총자본비율 14.0% 이상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직 경기대응완충자본은 부과되지 않고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꺾이고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부과 가능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은행은 보통주자본비율 여력은 0.5%포인트에 불과한 셈이다.
예컨데 우리금융지주가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ING생명 지분 59%를 2조원에 매입한다면 보통주자본비율이 0.7%포인트, 3조원에 매입한다면 1.2%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는 지주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금액은 모두 보통주자본에서 차감하도록 돼있어 자본건전성에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투자여력보다는 배당·차입 등 자금 조달 상황과 보통주자본비율 등 건전성을 점검해가며 조심스럽게 M&A 시장에 나설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캐피탈·자산운용사 등 덩치가 작은 업종부터 차근차근 M&A를 할 거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완료 후 급격히 덩치를 불리기보단 차근차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자본건전성 부담으로 인해 보험사 인수엔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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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