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추가 조정' 공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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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며 다시 연중 최저치 수준을 기록했지만, 기대했던 '힘찬 반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추가 조정 공포에 저가 매수세가 멈칫거리며 '패닉리스트'의 주가도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패닉리스트란 증시가 급락한 다음날 크게 반등하는 종목들을 일컫는 말이다. 급락을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대기 자금이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23일 중국 등 주요국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7%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4.38% 추락했다. 코스피지수는 반도체 업황 우려가, 코스닥지수는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 악화가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19일 무역분쟁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지 한달 만에 다시 겪는 '패닉 장세'였다.
지난달과 다른 점은 급락 다음날 눈에 띄는 반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0.16% 하락하며 오히려 추가 조정을 받고 있고, 코스닥도 0.5% 반등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달 20일 코스피는 1%, 코스닥은 3%대 반등세를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반등하려는 힘이 약하다보니 패닉리스트 역시 이번 급락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10%대 강한 반등을 보였던 SKC와 스튜디오드래곤은 24일 오전 10시 기준 1~2% 반등하는 데 그치고 있다.
LG생활건강·삼성SDI·애경산업·카페24 등 지난달 지수 상승치 대비 3~4배의 초과 수익을 기록한 패닉리스트 주요 종목들도 약한 반등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원F&B가 4% 하락하는 등 오히려 지수를 이기지 못하는 종목도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메디톡스·우리은행 등도 지난달 20일과는 달리 반등의 힘을 받지 못하고 약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이고 있는 건 삼성전기 정도다. 삼성전기 주가는 오전 10시 현재 전일 대비 4.39% 오름세다.
이처럼 시장 급락 후에도 반등다운 반등이 오지 않고 있는건 국내 증시를 둘러싼 수급 상황이 한 달새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무역분쟁이 환율전쟁 가능성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새벽 달러·위안 환율은 전일 대비 0.7% 오른 달러당 6.8158위안을 기록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6.8위안 이상으로 올라간 것은 1년만이다. 중국 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중국이 무역분쟁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신흥국 통화인 위안화의 절하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함께 절하시킨다. 이를 반영해 원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당 1136.7원으로 1140원선에 육박하고 있다. 환율 평가손을 우려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의 두 축인 반도체와 바이오에 대한 투자 심리도 좋지 않다. 반도체는 업황 고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공급 증가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며, 삼성전자가 수익성보다는 점유율에 무게를 둘거란 전망이 나오며 반도체 업종 주가를 끌어내렸다.
바이오는 지난 22일 중국에서 가짜 백신 스캔들이 터지며 국내 바이오 업계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창성바이오가 인체용 광견병 백신 제조와 관련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주가가 40% 급락했고, 신흥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전반적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코스닥지수의 경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학 있지만, 추가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10조원이 넘는 신용융자잔고가 투매를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7월 중순엔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무역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며, 그에 따라 증시가 반등할 거라는 증권사들의 전망은 다 틀렸다"며 "희망을 잃은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가 시작되면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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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24일 10: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