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사수한 KB, 비은행 고른 실적...증권은 아쉬워
신한, 글로벌 이익 급성장...카드는 영업이익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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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사이의 '리딩뱅크' 실적 대결은 KB금융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2600억원 규모의 충당금 이익이 사라진 신한금융은 10%가 넘는 경상이익 성장률에도 불구, KB금융과 1200억원 가까운 순이익 격차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만 KB금융도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KB증권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디고, 손해보험업황은 그리 밝지 않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부문이 급성장하며 향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은 1조9152억원, 신한금융은 1조79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두 그룹의 순이익 격차가 33억원에 불과했다. 가까스로 리딩뱅크를 탈환한 KB금융은 올 상반기 1196억원으로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은행, 비은행 부문 양쪽에서 모두 KB금융이 앞섰다.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조353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은행(제주은행 포함)의 순이익 규모는 1조2819억원이었다. 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이 244조원으로 신한은행(201조원) 대비 큰 데다, 순이자마진(NIM) 역시 국민은행이 1.71%로 신한은행(1.63%)을 앞섰다.
다만 신한은행의 이익 성장폭(15.2%)이 국민은행(11.9%)보다 높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신한은행이 2분기 중 수익성이 좋은 중소중견기업(SME) 대출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2분기 중 소호(SOHO;영세소상공인) 대출 증가폭은 4.1%에 달했다.
여기에 저금리 예수금인 요구불 예금이 신한은행은 4.2% 늘고, 국민은행은 0.1% 줄어든 게 성장률의 격차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비은행 부문에서도 KB금융은 손해보험·카드·증권이 총 5100억원의 순이익을 합작하며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평균 14.5%씩 이익이 늘었다. 신한금융은 아직 보유하지 못한 부동산신탁도 올 상반기 20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힘을 보탰다.
반면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은 여전히 카드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신한카드는 업황악화로 인해 올 상반기 역성장했다. 올 상반기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이 596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511억원 대비 8.5%나 줄어들었다. 지난해엔 회계기준 변경으로 대규모 충당금 환입이 있었지만, 올해엔 정상적으로 다시 충당금을 적립하며 당기순이익은 반 토막 났다.
신한금융투자가 상반기 182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모처럼 KB증권을 앞지른 점은 특기할만 하다. 다만 수익 증가분 중 상당 규모가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인한 위탁수수료 증가분인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의 위탁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3%나 증가했다. 260억원의 일회성 펀드판매 이익도 자기매매 수익으로 포함됐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실적 중 KB금융과 가장 큰 격차를 내고 있는 부문은 은행의 해외현지법인 실적이다.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은 올 상반기 16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23.8% 성장한 규모다. 그룹 총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13%로 올라갔다.
특히 해외 자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이 해외 이익의 36%를 담당하며 효자 역할을 했다. 신한은행 국외점포 자산 규모는 상반기말 기준 29조8880억원으로, 조만간 3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KB금융은 글로벌 부문 실적으로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B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이익 개선세가 예상보다 둔하고, 손해보험업황이 지난 2년간 급성장해 추가 성장 기대감이 낮은 것이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이라며 "신한금융은 ING생명보험 인수를 잠정보류한 상황에서 은행 말고는 이렇다할 모멘텀을 가진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하반기 실적의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