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보단 '국민주' 타이틀에 '베팅'
"삼성의 주주환원?…소통 및 정보제공 부족"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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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하락세다.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을 내다 팔았고, 이 주식은 개인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그룹을 향한 정부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삼성전자의 실적은 부진한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액면분할 한 삼성전자가 '국민주'로 변신함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의 역풍을 막아내는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 5월 액면분할 후 주당 5만3000원에 재상장한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4만원 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기관은 지난 2달여간 꾸준히 주식을 팔았고, 외국인 투자자도 같은 기간 투자 비중을 줄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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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면분할 후 주가상승 기대했는데…꺾인 실적에 사업 전망도 '흐림'
액면분할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은 컸다. 1분기 실적은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2분기도 또한 이 같은 기록 경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당 가격이 낮아져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무엇보다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가 주가 상승을 위한 재료들을 쏟아내며 '국민주'에 대한 기대감에 부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2분기 실적이 또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거나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회사가 주가 상승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한 기관들이 많았다"며 "현재의 주가 추이는 기대와 달리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주가하락, 즉 기관과 외국인이 투자비중을 줄이는 데는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과 불확실한 사업 전망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매출 58조원, 영업이익 14조8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실적이 전분기(매출 60조6000억원·영업이익 15조6000억원)보다 줄어든 것은 7분기 만에 처음이다. IM(IT·모바일) 사업부의 판매 부진이 전체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DS) 부문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해까지 극심했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초부터 완화했다. 한때 2016년 상반기 저점 대비 각각 2~3배씩 급등했던 D램(DRAM), 낸드(NAND) 가격은 올 들어 하락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낸드의 평균판매가격(ASP)은 10%가량 급락하며 2016년 상반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물론 반도체의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공급과잉이 해소됨에 따라 삼성전자가 그동안의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IM과 가전(CE) 부문의 성장세를 점치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자 최근의 주가 하락 폭은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던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락 폭보다 크게 나타나 반도체만의 우려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 올 초부터 사업 위기감…액면분할은 주가 방어수단?
액면분할 전 당초 시장의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올해 경영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뿐 아니라 전 사업부에 걸쳐 기존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왔고, 경영진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올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는 정말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실적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며 "액면분할을 비롯한 일련의 친주주 정책 또한 주가 방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내용을 믿고 주식을 매입한 많은 개인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치며 아쉬움을 낳고 있다"며 "주가 하락에 기업만을 탓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기업의 주식분할 사례에 비춰 주식분할 결정절차에 주주소통 및 투자정보 제공이 부족했다는 점은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예상과 부합하게 액면분할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강하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어떤 투자자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민주'라는 타이틀은 삼성전자 또는 삼성그룹의 역풍을 막아내는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는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기관들 대신 '삼성'과 '국민주'의 타이틀을 보고 매수하는 개인투자자를 우군으로 맞이한 된 모습"이라며 "정부 또한 많은 개인투자자를 확보한 삼성그룹에 대해 압박 수위를 무차별적으로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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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19일 09: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