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과도 깊은 논의 안 거친 듯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자리 잡는덴 '시간 필요' 평가
"은산분리 완화 일본도 흑자전환에 5.4년...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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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카카오화(化)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사진은 잔뜩 내놨지만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모회사 카카오와 비슷하게,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공개(IPO)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투자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실효성도 적고,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의미.
'자체 중금리 대출'에 대한 금융권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밑그림만 제시하고는 실행하지 못한 주택대출과 신용카드처럼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1주년을 앞둔 26일 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청사진 중 단연 화두는 '상장 추진'이었다. 흑자전환 이후, 2020년을 전후해 상장하겠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입장이다. 다양한 자본확충에 대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한다면 얼마나 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까. 현재 카카오뱅크의 자기자본은 1조3000억원이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여신 속도 등을 볼때 IPO전에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은행·은행지주회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다. 은행업종 대표지수인 KRX은행 역시 PBR 0.5배 수준이다. 현재 자본 그대로 카카오뱅크가 상장한다면 시가총액은 65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일반적인 공모 구조를 따라 자본확충용 신주를 20%가량 발행한다면 공모 규모는 1300억원이 된다. 현재 자기자본의 10분의 1 규모다.
이 정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카카오뱅크가 져야 하는 부담은 크다. 그간 카카오뱅크가 빠르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었던 까닭은 주주가 9곳에 불과한 비상장사였던 까닭이다. 상장하면 이 장점이 사라진다. 주주가 훨씬 많은 케이뱅크는 증자가 필요할 때마다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 조원의 자금이 더 필요할텐데, 그 때마다 공모 시장에 손을 벌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계속 지분 희석이 될 것이 뻔한 회사의 공모에 참여할 투자자는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IPO가 추진되면 주식 희석을 감내해야 하는 현 주주들의 입장도 곤란해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적자 상태인 지금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기준 시가총액 6000억원·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 기업 특례조건을 통해서다. 다만 이 조건을 통해 상장한 회사는 특혜 상장 논란이 일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곳 뿐이다.
곧 도입할 예정인 '자체 중금리 대출'도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4등급 이하 중금리 대출의 대부분을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보증부 대출로 충당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증부 대출 제외시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신용자(1~3등급) 차주 대출 비중은 96.1%로 시중은행 84.8%보다 크게 높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은 '신용 리스크가 낮은 고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기존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여 영업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은 정식 출범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것이다. 이 시스템이 가동한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시뮬레이션과 실제 부실률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안정화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04%다. 국내은행 평균(0.51%)을 크게 하회한다. 이는 아직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출기간 이슈로 인해 부실과 관련한 데이터를 충분히 쌓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용평가시스템이라는게 결국 대출을 해주고 상환을 받으며 계속 보완해나가는 것"이라며 "정보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다지만, 그 정보기술과 빅데이터에서 수집한 신용정보가 실제 부실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하려면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주택대출과 신용카드를 빠르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 계획도 뒤집었다.
주택대출은 가계대출 대책이나 총부채상환비율(DSR) 도입 등 정책 리스크를 언급하며 "조금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역시 "처음 계획했을 때와 지금이 다르다"며 "고객 수에 따른 투자비용이 상당한데 이를 감안해서 진출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외하면 카카오뱅크의 향후 사업 청사진은 30분내 수취가 가능한 해외 송금 서비스와 제2금융권 연계대출 정도가 남는다. 그다지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금융담당 연구원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금융권의 수수료 경쟁이 촉발되고 IT인프라 수준이 크게 높아진 건 맞다"면서도 "은산분리를 완화해준 일본조차도 인터넷은행이 흑자전환하는 데 평균 5.4년이 걸렸는데, 현 상황에서 출범 3년안에 흑자전환해 상장한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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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26일 17: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