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유력했지만 라오스 사고로 사실상 무산
SK건설, 누가 사고 팔든 가치산정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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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사고로 SK건설의 계열분리 작업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엔 기업공개(IPO) 후 지분 정리 작업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SK건설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이를 보전하기 위해 SK디스커버리에 다른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SK건설은 SK㈜와 SK디스커버리가 각각 지분 44.48%, 28.25%를 가지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작년 말 SK케미칼이 분할해 설립된 지주사다. 두 지주사가 SK건설을 거느리는 형태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둘 중 한 곳이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주력 계열사를 제외한 지분을 매각하거나 계열분리를 강조하고 있다.
SK건설의 상장이 계열분리 방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누구든 서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가져오려면 돈은 물론 품도 많이 들여야 한다. 적정한 가치 산정이 이뤄졌는지 감시하는 눈도 많다. 상장 후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하면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현재 상장사는 비상장사보다 보유 지분율 기준도 낮다.
SK건설 내 최창원 부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SK건설이 상장한다면 지분 처분에 나서는 쪽은 SK㈜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반면 그룹 내 시너지효과나 보유 지분율을 감안할 땐 SK㈜가 계속 지분을 가지고 가는 편이 유리하다.
SK건설은 최근 악재에 맞닥뜨렸다. 지난 23일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Xe-Pian Xe-Namnoy) 수력발전 공사 현장의 보조댐이 유실되며 하류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SK건설은 이번 프로젝트의 주주(지분율 26%)이자 시공사로 참여했다. 회사와 우리 정부, 대형 법무법인들이 사건 수습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번 사업은 공사보험(Construction All Risk Insurance)에 가입돼 있다. 보험사고일 경우 손해 배상액 상당 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으나 사고 원인 등 사실관계 확정을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하다. 발전소 상업운전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이 발생하거나 사업 출자금이 손상을 입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재(人災)가 아닌 것으로 결론 나더라도 해외 시장 수주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SK건설의 기업가치가 악화한다면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상장 자체도 어렵지만 낮은 가치에 상장해봤자 지분 처리 과정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 벌금을 감수하고 기다린다고 기업 가치가 예전처럼 회복될 지도 미지수다.
SK건설 지분을 사고 파는 것이 용이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SK디스커버리가 사올 경우엔 적절한 가치의 기업을 나눠가졌는가 하는 문제가 나타난다.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지분을 팔 때는 손에 쥐는 것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SK건설의 해외 수주가 막히고 기업가치 회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SK그룹이 SK디스커버리 측에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대가를 보전해 주어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A 업계 관계자는 “SK건설은 오래 전부터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 온 최창원 부회장의 몫이란 평가가 많았다”며 “SK건설의 가치가 크게 낮아진다면 SK디스커버리 입장에선 다른 대상을 더 받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과거 역사를 살펴 봐도 적정한 배분은 중요한 문제다. SK그룹의 모태는 선경직물로 최종건 전 회장이 창업주다. 이후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가업을 물려 받은 바 있다.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그 뒤를 이어 그룹을 재계 3위로 키워냈다. 최종건 전 회장의 아들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을 이끌며 2000년대 들어 SK건설 지분 확보에 힘을 쏟았다. 2009년 SK케미칼이 SK건설 지분 40%를 SK㈜에 매각해 지분율이 바뀐 후에도 최 부회장은 한동안 SK건설을 직접 경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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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30일 15:2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