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ㆍ한화생명도 해외만 3곳씩 뽑았는데
그간 공들인 IB들, '섭섭한 감정' 등 묻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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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상장(IPO)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및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다만 현재 선정방침이 '외국계 1곳', '국내 증권사 1곳'이다보니 RFP를 받아본 증권사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교보생명은 1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IPO 증권사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국내에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해외에는 JP모간, 씨티증권, UBS, 노무라 등 다수의 증권사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의 IPO 진행여부에 대해서 말이 많았지만, 주관사단을 뽑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RFP를 받아 든 증권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모처럼만에 나온 조단위 거래여서 기대감이 큰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추후에 진행상황을 판단해 더 뽑을 수도 있다"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음에도 불구, 어쨌든 외국계 1곳, 국내 1곳이라는 선정방침을 RFP에 표기했다.
외국계IB들은 시총규모 5조원이 예상되는 빅딜에 주관사가 고작 둘밖에 안 된다는 점에 당혹스러움을 표현한다. 최적자본확충 컨설팅에 많게는 무려 4군데의 해외사를 한꺼번에 자문사로 선정해왔던 교보생명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IPO 주관사는 한 곳만 뽑는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것.
외국계IB들로서는 그 동안 교보생명에 이런저런 컨설팅과 아이디어를 제공했던터라 못내 '섭섭한 감정'도 묻어나오고 있다. 그간 교보생명의 이런저런 요구에 노고를 들인 이유가 결국 IPO주관사로 뽑히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이 노력들이 자칫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작 주관사로 뽑힌다고 해도 고민이 많아질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주관사단으로 참여하지만, 결국 교보생명 IPO는 실상 해외투자자 모집 등 일은 해외사가 다 할 수 밖에 없는 딜이다. 과거 다른 대형 생보사 과정에서는 다수의 외국계 IB들이 공동주관사로 뽑혔다.
지난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의 경우. 공모규모 4조9000억원에 해외 주관사단으로 골드만삭스·메릴린치·모간스탠리 3곳을 선정했다. 같은해 상장했던 한화생명의 경우. 공모규모 1조8000억원은 해외 주관사단으로 JP모간·도이치증권·크레디트스위스 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그만큼 관련작업이 많다보니 3곳 정도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 이 때 이름을 올리지 못한 외국계 IB들은 본사에서 질책을 당하기까지 했다.
교보생명 역시 비슷한 상황. 그러나 1곳만 뽑혀 이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한 셈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교보생명의 내년 IPO 추진 의지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도 고민이 많다.
일단 선정된다고 할 경우 리그테이블 확대와 트랙레코드 확보는 좋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를 어떻게 데려올 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보험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주식시장에는 교보생명 말고도 이미 삼성생명, ING생명 등 대체제가 많다. 교보생명이 원하는 벨류에이션을 이끌어 내면서 상장에 성공하기 만만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두둑한 수수료를 주는 회사도 아니다 보니 IPO 주관사단에 들어가는 것이 일종의 계륵이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도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27일 이사회에서 IPO추진방안이 보고됐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IPO를 하겠다는 계획을 통보 받지는 않았다. 자본확충 필요성으로 인해 IPO가 불가피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었다는 것. 또 주관사단 규모 면에서 IPO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IPO주관사단 선정 이후 교보생명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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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01일 1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