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임원간 경쟁 구도도 점화…내부 인력 vs IB 출신
'소프트뱅크' 따라간다지만…투자 인력 육성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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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다시 한번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대어’를 잡기 위한 자문사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내부에선 본격적인 탈(脫)통신을 앞둔 내실 다지기도 한창이다. 투자은행(IB)에서 M&A경험을 쌓은 인사도 적극적으로 영입해 부서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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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최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본 ‘소프트뱅크’ 모델로의 성장을 추진해 반도체(하이닉스)를 제외하고도 미디어·보안·이커머스에서도 자생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회사 내부에선 PM(Portfolio Management)실 주도의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실무를 돕기 위한 로펌 등 자문사 선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3분기 ADT캡스 인수 및 11번가 분사 등이 최종 마무리 되고, 정비가 일정 정도 선행 된 후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각 자문사의 수임 경쟁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룹 전체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에 비해 품은 적게 들면서도 향후 SK텔레콤 주도의 M&A 등에서 먼저 얼굴을 비칠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대형 로펌 중에선 SK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도왔던 법무법인 광장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도전도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 김영무 김앤장 대표변호사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에 직접 접촉해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과거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시절 김앤장과 연을 이은 적이 있다. 다만 당시 김앤장이 최 회장의 구속을 막지 못해 체면을 구긴 점이 걸림돌이다.
외부 자문사뿐 아니라 내부 임원 및 조직에서도 지각변동 시기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통신업의 수익성 악화,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가 점차 빨라지며 SK텔레콤도 탈통신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박정호 사장 부임 이후 ▲도시바반도체 투자 ▲ADT캡스 인수 ▲11번가 투자 유치 등 굵직한 딜들을 마무리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사회에서 최종 부결됐지만 중견기업 톱텍 인수에 뛰어들며 비통신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공개적으로 유료방송 M&A에 적극 뛰어들 것을 시사하며 인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내부에선 ‘스마트 시티’라는 테마로 국내외 M&A 매물 후보들을 추려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B업계에선 SK텔레콤이 완주해낸 굵직한 딜들에 대한 박한 평가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ADT캡스는 거래 초반부터 통신사로 인수 후보군이 좁혀진 데다 별다른 경쟁 구도도 형성되지 않아 매도자인 칼라일이 애가 탔던 거래로 해석된다. 11번가 투자 유치도 주주간 계약(Downside-protection) 등 전체 인수 구조를 고려하면 투자 유치보다 전환사채(CB) 발행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더해 도시바반도체 투자·ADT캡스 인수 등 조단위 굵직한 거래들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예고돼 있다.
롤모델인 소프트뱅크와의 격차도 아직은 뚜렷하다. 소프트뱅크도 과도한 부채비율로 인해 최근 자본시장의 엇갈린 평가에 놓여 있지만 '18년간 평균 IRR(내부수익률) 44%'라는 뚜렷한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 1인의 투자 철학도 모방이 어려울 뿐더러, 인력의 질 문제도 고질적인 한계로 꼽힌다. 박정호 사장도 SK텔레콤 인력들이 그동안 안정적 통신업에 안주해 변화 의지가 부족했고, 제대로 된 내부 성과평가가 이뤄지지 않아온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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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부에서도 최근 IB출신 임원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연 초엔 하형일 전 맥쿼리파이낸스코리아 대표가 코퍼레이트센터 산하 코퍼레이션디벨롭먼트(Coperation Development) 부문장으로 영입됐고, 부문 산하의 콘텐츠&플랫폼 부문 담당으로 허석준 전 CVC캐피탈 한국 대표를 영입했다. 이외에도 '유니콘랩스'를 이끄는 노종원 전무, 'PM실'을 총괄하는 윤풍영 상무 등이 각 투자 부문을 이끈다. 복수 M&A 조직 간 내부 경쟁을 유도해 성과를 평가하겠다는 포석이다.
아직까진 박정호 사장과 함께 과거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던 노종원 전무, 윤풍영 상무의 성과 및 내부 신임이 더 크다는 그룹 내외의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외부 인사들이 SK그룹에 합류해도 2년 정도 쓰이다 퇴사하는 게 빈번하다보니 시장에서 아직 영향력이 남아 있는 IB 출신 인력은 굳이 SK에 합류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중간지주 전환이 점차 가시화 됨에 따라 기존 통신 분야 인력들의 구조조정을 둔 불안감, 그룹 수펙스(Supex) 차원의 견제 등 예기치 못한 내부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내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SK텔레콤 인사들이 고속 승진하다보니 계열사 내부는 물론 그룹 차원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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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