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목적도 '증자 사전 준비절차' 명시
구주매출 어려울 듯…FI 투자회수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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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보험이 이번에 선정하는 자문사단의 업무 목적을 '증자 주관회사'라고 명시했다. 기업공개(IPO)는 '증자'의 한 방법으로 제시했고, 증자와 상장 전략을 별도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의 상장 의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여 년을 기다려온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회수(exit)도 공모 과정에서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이 RFP의 제목은 'IPO 등을 통한 증자 주관회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제출 요청'이었다. 제안서에도 최근 5년간 IPO는 물론, 증자 수행 실적을 적으라고 요구했다.
또 증자 전략과 상장 전략을 별도로 제시하라고 기재했다. RFP 배포 목적에 대해서도 "성공적인 증자를 위한 전략 수립, 증자 실행 최적 타이밍 모색 등 증자 실행을 위한 사전 준비절차 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명기했다.
이는 일반적인 IPO 주관사 선정 RFP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이번 주관사 선정 절차가 일반적인 IPO가 아닌,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IPO 주관사 선정이라고는 볼 수 없고 '피치 못할 경우 상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도의 의도가 느껴진다"며 "증자는 사실상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 형태로도 할 수 있는 만큼 복합적인 제안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관사 선정 목적을 '증자'로 한정 지은 만큼, 만약 IPO나 유상증자를 진행하더라도 신주 발행 위주의 공모 구조를 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교보생명 FI 들이 공모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보생명 FI는 지난 2007년 유상증자 때 지분을 인수한 코세어 등 1차 FI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 소수 지분을 인수한 어피니티컨소시엄 등 2차 FI로 나뉜다. 이 중 2차 FI들은 3년 전인 2015년 9월 풋옵션(지분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이 도래한 이후, 지속해서 교보생명에 상장하라는 압박을 넣어왔다. 교보생명이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컨설팅을 진행한 것도 2차 FI들의 압박이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막상 상장이 진행된다 해도, FI들로선 별로 얻을 게 없는 거래가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신주 위주로 공모 구조가 짜인다면 FI 입장에선 대규모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없다.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하면 되지만, 물량부담(오버행) 이슈로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커진다. 심지어 교보생명이 '상장이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한다면, 시장에 지분을 매각할 기회마저 사라진다.
다른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만약 교보생명이 비상장 상태에서 신주 발행 증자를 진행한다면 새로운 주주들에게도 투자회수 방안을 약속해줘야 하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증자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어떤 구조든 기존 FI들엔 좋을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교보생명은 오는 10일 제안서를 제출받는다. 주관사 후보군에 주어진 시간은 단 9일로, 일반적인 제안서 준비 기간이 2주임을 고려하면 다소 촉박하게 시간을 부여했다. 오는 14일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설명회(PT)를 거쳐 오는 24일 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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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06일 11: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