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주주정책·거버넌스 이슈에 자금지출 늘고
대규모 M&A·기술 내재화 위한 직간접 투자 사라져
사실상 해외 기술 투자보단 국내 고용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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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자의든 타의든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3개월이 지난 현재, 대내외 압박에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책은 전례 없이 늘어났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 활동, 즉 크고 작은 해외 인수합병(M&A)은 찾아보기 어려워진 반면 국내 고용은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삼성그룹은 8일 향후 3년간 180조원의 신규 투자를 비롯한 고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지 한 달여만,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난 지 이틀 만에 내놓은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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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의 친주주정책은 강화했다. 중간배당과 연차배당 등 연 2회에 불과하던 배당은 지난해부터 매 분기 수조원대로 크게 확대했다. 횟수와 규모 면에서 모두 최대치다.
설비투자금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 정부 3년여 동안 연 25조원 안팎의 설비투자가 진행됐다. 정권이 바뀐 지난해에만 43조원의 투자가 집행됐다. 내년부터는 투자 규모가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그룹은 향후 3년간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 정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일자리 문제에도 화답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임직원은 약 1만명,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대비 5000여명가량 증가했다. 고용 확대는 더 빨리 진행돼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총 4만여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계열사들이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고용 확대 부담이 가장 크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을 위한 환원책과 고용 창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사업 성장성은 예단하기 어렵다. 가전 분야의 점유율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고, 최근 들어선 IT·모바일(IM) 부문도 판매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그나마 글로벌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 실적을 지탱하고 있지만, 주요 제품인 D램(DRAM)과 낸드(NAND)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며 업황 고점 논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7분기 연속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올 2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현재 주가는 지난 1년 새 최저점에 다다랐다.
영업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가전과 IM 부문 등에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바이오 사업은 아직 그룹을 이끌어 가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나마 지난 2016년 인수한 하만(Harman) 정도가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에서도 이런 고민은 고스란히 묻어있다. 기존 사업 외에 인공지능(AI)·5G·바이오사업 등에 약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실효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 사업군에서 벗어나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존 사업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며 "다만 방향성은 정해져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AI와 5G·바이오 등이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투자 활동은 활발했다. 그러나 하만 인수 이후 조단위 M&A는 자취를 감췄고, 기술 내재화를 위해 진행되던 크고 작은 투자 건도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장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후속 투자와 이에 따른 가시적인 결과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각종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손잡고 전장·자율주행·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등 삼성전자가 진출한 분야를 빠르게 잠식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재벌기업을 향한 규제 정책의 대부분은 삼성을 향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공익재단을 통한 계열사 지배 금지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제 ▲보험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10여건 이상의 신규 규제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가 사업보다 거버넌스 이슈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의 3심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탓에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더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투자 및 고용 확대는 한편으로 환영할 만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내놓은 대책이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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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08일 16: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