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 도입 이후 굵직한 성과 '눈앞'
'마약 사건'으로 논의 제동…승계구도에서도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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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이 추진하던 미국 최대 식품기업 하인츠(Heinz)와의 제휴가 오너일가의 ‘마약 사건’으로 곤란을 겪게 됐다.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꾀했던 SPC그룹에게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향후 그룹 승계 구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회자된다.
10일 복수의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SPC그룹은 미국 최대 식품사인 하인츠와 협력하는 방안을 두고 지난해부터 논의해왔다. 양 사간 조인트벤처(JV) 설립, 한국 내 유통 채널 확보 등 다양한 협력방안을 놓고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SPC그룹에선 그룹 대주주 일가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주도해 양 측간 이견을 좁혀온 단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허 부사장은 미국 버거 체인점 '쉐이크쉑(Shake Shack)'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이외에도 미국 스무디브랜드 잠바주스, 샐러드브랜드 피그인더가든, 피자업 등 주로 그룹의 글로벌 브랜드 론칭을 도맡았다.
그런데 허희수 부사장이 지난 7일 대만 등에서 액상대마를 밀수해 흡연하는 등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하인츠측과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부터 국세청은 SPC그룹 내부의 일감 몰아주기 및 부당내부거래, 역외탈세 혐의 등을 고강도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SPC그룹은 즉각 허 부사장이 모든 직책에서 손을 떼기로 발표하며 여론의 질타를 피하려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일 ‘오너 리스크’ 없이 양 사의 협력이 계획대로 이어졌을 경우 국내 유통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입을 모은다.
하인츠는 전 세계적으로 토마토 케첩, 마요네즈, 데미그라스, 머스타드 등 소스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브랜드를 보유한 그룹이다. 지난 2015년 워렌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아래 크래프트 푸즈를 합병하면서 글로벌 최대 규모의 식품회사로 거듭났다. 만약 협력 관계가 크래프트하인츠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졌다면 오레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맥스웰하우스 등 폭넓은 브랜드를 SPC그룹 소유 브랜드에 접목할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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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하인츠 그룹은 국내에서는 동서식품과 조인트벤처(JV)를 통해 협력관계를 맺었던 이력이 있다. 투자은행(IB)시장에선 수 년 째 크래프트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케첩 등 소스분야에서 경쟁해온 오뚜기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허희수 부사장 개인 입장에선 형과의 승계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던 기회로 평가된다. 쉐이크쉑 도입에 이어 이번 프로젝트까지 본인이 주도했을 경우 형인 허진수 부사장보다 압도적인 실적을 내보일 수 있었다.
SPC그룹은 아직 두 형제 중 그룹 후계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SPC그룹은 지주격 회사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SPC삼립, 에스피엘, 샤니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까진 장남 허진수 부사장(지분 20.2% 보유)이 허영인 회장(63.5%)에 이어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 2대 주주다. 하지만 허 회장 지분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많은 데다, 동생 허희수 부사장(12.7%)과의 지분 격차도 크지 않다. 핵심 계열사의 지분도 두 형제가 비슷한 비율로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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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다른 대기업집단과 달리 재계에선 SPC그룹을 형제간 승계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꼽혔다.
부친인 허영인 회장도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으로 형인 허영선 회장과 선의의 경쟁 끝에 기업을 지금의 규모로 키웠다. 과거 허영선 회장이 삼립식품을 맡고, 허영인 회장이 샤니를 맡아 분리 경영을 해오던 중 삼립식품이 무리한 다각화로 지난 1998년 법정관리를 맞게 된다. 반면 동생이 경영한 샤니는 제빵업에 집중해 국내 1위 규모로 사세를 확장했다. 결국 동생이 키워온 샤니는 2002년 파리크라상과 공동으로 삼립식품을 인수해 그룹을 완전히 장악했다.
아버지 세대의 사례대로 허진수 부사장은 SPC그룹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문장, 허희수 부사장은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을 맡아 그룹 내에서 경쟁을 펼쳤다. 형인 허진수 부사장이 주로 그룹의 중추인 파리바게트 등 기존 사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허희수 전 부사장은 적극적으로 해외 현지 브랜드와의 협력을 구상해 왔다.
결국 차남의 잘못된 선택으로 하룻밤새 매출 3조5000억원, 총 5개국에 177개의 직영점과 3794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제빵 공룡의 향방이 장남에게 기울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SPC그룹은 "미국 하인즈 본사와 사업 협력을 논의해 왔으며, 현재도 계속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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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10일 11: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