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 회장 선처 바라는 여론 호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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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는 흔히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엔 B2B(기업간 거래) 기업들의 광고도 늘어났고, 또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일반적인 목적도 있지만 특수한 경우도 있다.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다든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됐다든지, 아니면 오너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기 위함인지 등등 위기 관리 용도다.
최근 롯데케미칼 TV 광고가 화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제작된 TV 광고인데 시청자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동남아시아 편’은 2010년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말레이시아 타이탄 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을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타이탄은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하며 1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고, 동남아에서 롯데의 사업 확장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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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케미칼 TV 광고 '동남아시아 편' (출처:롯데케미칼)
갑자기 이 시점에서 B2B기업인 롯데케미칼이 TV 광고를 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
회사 측은 롯데케미칼의 역사와 발자취에 비해 국민들이 회사의 규모와 실체를 잘 알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한다. 이번 광고를 통해 대한민국을 이끄는 화학기업으로서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혁신성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플레이로서의 위상을 알리겠다고 한다.
표면적인 배경은 그러한데 다른 속내도 있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내에서 갖는 상징성과 현재 처한 상황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처음 경영을 시작해 회사에 대한 애착이 크다. 식품 유통 중심이었던 롯데그룹이지만, 화학사업이야말로 그룹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최근 몇 년간 그룹 투자는 롯데케미칼에 집중됐다.
특히 타이탄 인수에서 보듯이 동남아 시장 진출이 최대 화두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서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4조원대로 롯데그룹의 해외 투자 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 50만㎡를 매입했고, 얼마전까지 기초 설계 등 초기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그런데 지금 이 프로젝트는 신동빈 회장이 수감된 반년 동안 올스톱된 상황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해외 투자 확보를 위해 다음 달 한국을 찾아 롯데와 투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카운터파트너가 없고 그가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롯데그룹은 이 석유화학 단지를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신 회장의 공백 장기화로 답답하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2조원 규모의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검찰 수사 등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과 인수 비용 상승 문제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철회한 전례가 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있었던 항소심 12차 공판에서 "6개월 넘게 구속돼 신규 채용과 투자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첫 TV 광고는 회사가 국가 경제에 어떤 이바지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결국 여론에게 신동빈 회장에 대한 선처를 구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전했다. 신 회장의 항소심 판결은 약 한 달의 숙고기간을 거쳐 10월 첫째주쯤 나올 전망이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롯데케미칼은 지금 아시아의 최전선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강조하는 이 광고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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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