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종결' 최우선인 매도자…리스크 최소화 위한 전략
휠라·아쿠쉬네트 선례 언급되지만…신생 PE SJL 한계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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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兆)단위 대어 모멘티브 M&A를 두고 매각 측인 아폴로가 KCC측에 자금 조달 증빙 등 깐깐한 부대조건을 요구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IB 업계 관계자들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현격한 '체격차'를 언급하는 관전평이 나온다.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이하 모멘티브)는 과거 GE 실리콘을 모태로 도시바 실리콘, 바이엘 실리콘 등을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2조6000억원. 업력만 약 75여년이 된 데다 다수의 원천기술 특허 등을 보유해 업계에선 세계 2위~3위권 업체로 평가된다.
2016년 CEO가 방한 시 인터뷰에서 “아폴로 호가 달에 착륙할 때 우주인들이 신은 실리콘 신발도 모멘티브가 제조했다”고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밝힐 정도다.
◆KCC, 실리콘 사업 비중 낮고 매출 규모 1/10 수준…파트너 무게감도 부족
반면 KCC의 실리콘 사업은 조단위 매출원인 건자재·도료에 비해 아직 사내 비중이 크지 않다. 2003년 첫 공장 착공을 시작한 후 투자 계획을 세웠을 당시만해도 실리콘 분야에서 매출 1조원 달성을 공언했지만 규모 확장에 실패했다. 재무제표상에서도 ‘기타’ 사업으로 분류돼 별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증권가 및 업계에선 지난해 실리콘 부문이 2500억원 정도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내다본다.
KCC 입장에선 단 한 번의 M&A로 매출만 10배 이상 규모의 글로벌 선두권 업체를 인수할 기회를 맞이했다. 정반대로 매각 주체인 아폴로 입장에선 KCC의 사업 기반은 물론 인지도가 미미하다보니 거래 종결의 확실성을 위한 '담보'를 좀 더 요청해야할 상황이다. 비단 가격 외에도 현지 노조의 찬성, 위로금 책정, 설비 및 기술 이전 여부 등 비가격 요인으로 인해 인수가 무산될 위험을 줄이려는 포석이다.
일각에선 '덩치' 측면에서 과거 휠라코리아의 아쿠쉬네트 인수 사례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 파트너였지만 이번엔 파트너사가 설립된지 1년된 신생 PEF에 불과하다. 운용사의 프로페셔널 인력은 임석정 대표를 비롯해 3명 정도에 불과하다. 임 대표는 CVC에서 재직 시절 PE업계에서 'PE 매니저로서 실력은 부족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블라인드 펀드를 모으거나 운용한 이력이 없는 것도 한계다.
한 IB업체 관계자는 “과거 더블스타 타이어의 국내 금호타이어 인수 당시 더블스타를 두고 국내에서 나왔던 논란들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며 "사내외에서 양 사의 규모 및 경쟁력 차이, 자금 조달 상황, 인수 후 육성 방향 등 제반 요소들에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방 산업과의 시너지‧고객망 확보·사업 확장 여부 등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KCC컨소시엄보다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글로벌 PEF가 보유한 포트폴리오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PEF 베인캐피탈만 해도 지난해 인수한 일본 반도체사 '도시바메모리'가 있다. KKR도 일본 닛산에서 칼소닉칸세이를 인수한 데 이어 국내에서 LS오토모티브를 인수하는 등 차량 전장분야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차량 전장 분야는 향후 실리콘업체들의 최대 수요처로도 꼽히고 있다. 칼라일과 TPG도 반도체 소재 등 전방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다.
◆정몽진 회장ㆍ정몽익 대표 등, M&A 경험 부족 평가…PMI 우려도 제기
업계에선 KCC의 인수후통합(PMI)을 둔 우려도 벌써 나온다. 모멘티브의 글로벌 경쟁사인 미국 다우케미칼, 독일 바커 모두 오랜 불황을 끝낸 실리콘분야에 투자를 다시 확대하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수 직후 인력 유출 가능성에도 대비 해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결국 전부인 SJL파트너스나 중견기업인 원익보다는 KCC가 PMI를 전담할 가능성이 크다. KCC와 규모 차이가 현격한 대기업들도 쩔쩔맨 문제다. 해외 기업 인수 이후 삼성(미국 AST 리서치)·LG(미국 TV제조사 제니스)‧GS(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 등 저마다 PMI로 인한 M&A 실패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IB업계에선 "두산그룹도 두산인프라코어 CFO와 밥캣 현지 CFO간 갈등이 심해 PMI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KCC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할만한 뚜렷한 ‘트랙레코드’를 쌓지 못한 점도 거론된다.
정몽진 회장ㆍ정몽익 대표 체제가 마련된 이후 KCC는 그간 본업과 동떨어진 신사업 진출을 꺼린 보수적 운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M&A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자체 사업을 바탕으로 연관 분야 진출을 시도해왔지만 이마저도 성과 없이 투자금만 날린 사업이 대부분이다.
야심차게 진출한 태양광에선 총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보며 철수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현대중공업과 합작법인 'KAM'을 설립해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했지만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3년엔 합작사 지분 전량을 무상 소각한 사촌그룹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재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선언하고 1000억원 이상을 태양광 설비 투자에 쏟았지만, 8년여동안 가동조차 되지 않다가 손실처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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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카지노 사업도 3년여간 주주 간 갈등만 겪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올해 5월 일부 지분을 처분했다. 당시 2015년 2038억원을 출자하며 무디스로부터 신용도 강등 경고를 받았지만 강행한 사업이다. 신사업으로 꾸리는 '홈씨씨인테리어'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주력 상품인 건축자재를 바탕으로 소비자대상(B2C) 인테리어 유통업까지 진출했지만, 매출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LG하우시스·한샘 등 경쟁사 틈바구니에서 별다른 브랜드 가치를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모멘티브가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다보니 인수 여력 못지않게 핵심 임직원 이탈을 막는 등 인수후통합(PMI)작업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KCC의 글로벌 인지도가 미미한데다 별다른 M&A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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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