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한신평은 “추가적 재무부담 고려” 유보적 입장
투자구조상 부담 확대 불가피…등급 조정 가능성도
-
KCC 컨소시엄의 미국 모멘티브(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인수를 두고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은 KCC의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재무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수구조나 과정을 살펴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반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KCC의 연결기준 차입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가지 제기했다.
KCC는 지난 13일 원익QnC, SJL파트너스와 모멘티브를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모멘티브의 실리콘 사업을 분리, 운영할 계획인데, 인수 완료 후 연결 기준 매출액이 2017년 3조8000억원에서 6조원 이상으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KCC의 실리콘 매출 비중도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발표가 나온지 곧바로 다음날, 무디스는 KCC(B2, 안정적)의 기업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이 KCC의 연결기준 차입금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멘티브 인수 시 향후 12~18개월간 KCC의 연결기준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조정차입금 비율은 기존 예상치 3.8배에서 4.5~5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CC 신용등급 하향 조정 폭이 1등급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3일 뒤인 1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KCC(BBB)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Credit Watch)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S&P는 KCC가 모멘티브(B, 안정적)를 인수할 경우 회사의 주요 신용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인수대금 상당 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경우 회사의 조정 레버리지 비율이 작년말 2.8배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와 S&P는 KCC가 보유하는 비핵심 자산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무디스는 비핵심 자산에 바탕한 차입금 축소 계획을 중점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S&P는 보유 유가증권을 활용해 차입금을 감소시킬 경우 신용지표에 비치는 부정적 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KCC는 삼성물산(상반기 말 기준 장부가 1조9816억원), 현대중공업(4767억원) 등 투자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KCC의 모멘티브 인수에 대한 의견은 내놨지만 즉각적인 등급 조정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7일 KCC가 모멘티브 인수 시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회사의 사업 및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간단히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19일 의견을 통해 KCC의 출자 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지급보증이나 재무적투자자(FI)에 대한 재무약정 등으로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모멘티브 인수 후 운영과정에서의 지원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단 구체적 인수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KCC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
모멘티브 인수 구조를 감안하면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같이 등급 조정 움직임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체 거래 대금은 약 31억달러다. 이번 거래는 KCC(5772억원)와 원익QnC(623억원)가 지분 출자금 절반 가량을 부담하고, SJL파트너스가 프로젝트펀드를 결성 해 나머지 출자금을 댄다. 금융회사로부터 최대 18억달러(약 2조원)를 빌릴 계획이다.
전체 거래 대금 중 약 3억달러는 퇴직연금 및 관련 부채다. 당장 자금 소요가 있다기 보다 영업을 하면서 지불해 나갈 금액이다. 약 16억달러는 모멘티브 기존 주주들의 합병 대가로 쓰이고 나머지는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이게 된다. 기존 차입 금리는 3%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대주단이 대부분 상환을 원할 것이고 KCC 컨소시엄의 차입 부담도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
모멘티브 인수 후 KCC는 실리콘 사업을 분리해 만든 회사의 지분 절반을 소유할 예정이다. 결국 실리콘 회사의 차입금 전부가 KCC의 연결 기준 차입금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 KCC가 차입금 전부를 지급보증하는 방안이 고려됐으나 KCC가 난색을 표했고 절반만 지급보증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보증하지 않는 부분은 조달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모멘티브는 연 4억달러가량의 EBITDA(상반기 2억800만달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BITDA 대비 기존 차입금은 3배가량인데, 새로운 차입금 규모를 감안하면 4배 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 KCC와 모멘티브의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크게 무리한 수치는 아니지만 차입금 금리와 규모 면에서 기존보다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익 규모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더 늘어야 계획을 짜는 데 수월하다. KCC는 연간 3000억원 내외, 모멘티브는 1000억원 이상의 자본적지출(CAPEX)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회사 투자담당자는 “구체적인 대출 및 회수 조건은 추석 명절 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멘티브의 자체 신용등급이 낮고 실적이 개선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웬만한 금리가 아니라면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CC는 SJL파트너스 회수도 고민해야 한다. 기업공개(IPO)가 기본적이지만, SJL파트너스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 다른 전략적투자자(SI)에 매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드래그&콜(Drag along & Call option)과 같은 기본적인 회수 장치도 거론된다. 다만 KCC가 콜옵션 행사 시 제공하기로 한 수익률은 대출 금리 정도로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