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OLED 투자에 17조원 투입…중국 벗어나기 안간힘
실적·차입금·부채비율 모두 '적신호'…'외줄타기' 이번에도 성공?
-
LG디스플레이가 6년여만에 신디케이티드론(Syndicated Loan)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OLED 투자 재원 확보의 고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이미 회사의 재무지표가 위험 신호를 넘어섰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9월 21일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중국공상은행 4개 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빌리는 신디케이티드론 계약을 체결했다. 차입금 만기는 5년, 7년이며 각각 절반 수준으로 나눠졌다. 3% 중반 수준의 고정 금리로 전해진다. 향후 회사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질 경우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등 조건 변경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대규모 신디케이티드론을 일으킨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6년만이다. 당시엔 경기도 파주 내 대규모 LCD 설비 투자를 앞두고 1조원을 빌렸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및 정책금융공사가 주선을 맡았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부터 은행들과 신디케이티드론 협의를 진행했으나 한 차례 철회했고, 최근 다시 금융권에 신디케이티드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대출을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채권 발행 등 다른 방식의 투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전자단기사채 및 사모사채 발행, 대출채권 유동화 등을 통해 총 9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신디케이티드론을 포함하면 1조7000억원을 외부 조달한 셈이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 체결로 올해 필요한 외부 자금 조달은 끝났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계획된 설비투자(CAPEX) 자금은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선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추가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단기간에 주 수익원인 LCD 패널의 가격 등락이 반복되다 보니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228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기존 OLED 투자 계획(향후 3년간 총 20조원)을 3조원 줄였다.
-
회사는 우선 올해와 내년에 총 16조원을 설비 투자에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 중 70%(11조원)는 벌어들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내부 현금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30%(5조원)는 외부에서 빌린다는 구체적 계획도 발표했다.
문제는 LCD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며 재무지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7조5000억원, 순차입금은 4조3000억원에 달한다. 각각 1년만에 2조원 이상 늘었다. 부채비율도 2012년(138.8%) 이후 최고 수준(116.4%)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에 떨어지는 현금이 줄어들게 되면 외부 조달로 인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와의 패널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 LCD 설비의 OLED 전환 투자도 애초 계획보다 확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 ㈜LG로 옮긴 이후 전환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배수의 진'을 친 셈인데 투자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회사는 신디케이티드론을 선택한 2012년에도 직전 6개 분기 동안 적자가 반복돼 누적 손실만 1조원이 넘는 등 업황 악화에 고전했다. 하지만 속도조절 대신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2012년에도 상황이 어려워지며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공격적 투자를 선택했다"며 "2014년 이후 업황이 개선되며 실적은 물론 회사 신용등급도 'AA'로 다시 회복했는데 이번에도 선택이 적중할 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3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