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배려 vs 자충수" PEF 업계 내 의견 분분
"가뜩이나 1%도 안되는데"…수수료 경쟁 '시발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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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 PE)의 GS에너지 도시가스 자회사 인수 계획이 투자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기존 출자자(LP)에 우선적으로 프로젝트펀드 참여 기회를 부여하면서, 이에 대한 펀드 보수(Management Fee)는 일절 받지 않는 방안을 LP에게 제시했다.
LP를 배려하는 측면이란 평가가 있는 반면, 가뜩이나 PEF 운용보수 인하 부담이 강한 상황에서 다른 운용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PE는 GS에너지 도시가스 자회사 두 곳(해양도시가스·서라벌도시가스)의 인수 자금 조달을 대부분 마무리 했다.
총 인수금액은 약 5800억원이다. 글랜우드PE는 올 초 조성한 블라인드펀드에서 1300억원을 투입하고, 3500억원은 금융권에서 빌린다. 차입 금리는 4.5% 수준이다.
나머지 1000억원은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조달할 예정이다. 글랜우드PE는 이에 블라인드펀드 LP들에 공동 투자(Co-Investment)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메자닌 방식으로 트렌치에 따라 기대수익률은 7~9% 수준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이처럼 블라인드펀드 출자자에 공동투자 기회를 주는 사례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수위권 운용사들도 LP에 대한 서비스 측면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LP입장에서는 운용사가 투자기회를 추가로 제공하는터라 선호하고 있고 관리 부담도 한꺼번에 맡길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왕 관리하는 회사에 대해 투자금액만 나눠준 경우다. 이에 통상의 펀드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글랜우드PE는 한발 더 나아가 해당 프로젝트 펀드에 대해서는 운용수수료(Management Fee)를 받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웠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경우는 있어도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은 국내 PEF업계 내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첫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글랜우드 PE의 입장에선 'LP 친화 펀드'라는 이미지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글랜우드는 과거 '동양매직'(현 SK매직)과 '한라시멘트' 두 건의 성공적인 거래로 설립된지 몇년만에 4500억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며 화제가 됐다. 상대적으로 거래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초창기에 대형 성공사례를 낸 것이 작용, 국민연금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로 1500억원을 받기도 했다.
컨테스트 과정 및 펀드레이징에서도 'LP친화성'을 자사의 운용전략 중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제안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것.
여기에 이번 투자의 성격을 감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래 관계자는 "도시가스 사업의 특성상 안정적이지만 성장성(Upside)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큰 수익을 안겨주기 힘든 상황에서 LP들에게 여기에도 수수료까지 달라고 하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LP들의 보수 조건이 박해지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수수료를 포기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다른 PEF 운용사들의 시선이 차가운 상황이다.
즉 '선례'가 남게 되면서 앞으로 공동투자 형태로 진행하는 투자건에 대해서는 LP들이 먼저나서 "글랜우드처럼 수수료를 안내고 싶다"라고 말할 상황도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칫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다.
특히 최근 국내 PEF 업계에서는 대형 LP들이 앞다퉈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표면상 성공보수(Carried Interest)를 높이겠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성공보수가 지급된 사례가 극히 드물고, 실질적으로는 운용보수를 깎거나 지급기한을 줄이는 모습이다.
일례로 큰 손인 산업은행은 올해 출자에서 "2년간 전체 펀드 규모에 맞춰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나머지 2년은 투자한 만큼 수수료를 지급하겠다" 밝히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운용 수수료도 0.6~0.8% 수준이다.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글랜우드PE의 사례를 들어 보수를 줄이려 하면 다른 운용사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글랜우드PE 입장에서도 다음에 비슷한 방식의 투자를 진행할 때 결국은 자사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글랜우드PE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향이지만 아직 정관으로 확정하진 않고 계속 논의 중이다"라며 "프라이빗 투자다보니 수수료를 받을지 말지는우리가 내부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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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11일 18: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