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조직 수장, 계열사 CEO와 미묘한 관계
“해외 진출 시 매트릭스 조직 필수…힘 실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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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의 임기가 내년 초 대거 만료된다. 2년+1년 형태의 임기가 부여됐던 전통에 따라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여기에 신한금융이 힘을 싣고 있는 '매트릭스 조직'에 대한 공적 평가가 인사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통상 계열사 사장과 임원에 대해 ‘2년+1년’의 임기를 부여해 왔다. 초임시 2년의 임기를 보장하되 좋은 성과를 낸 경우 추가로 1년을 부여하는 식이다. 대체로 이 3년 안에 있는 임원들은 안정권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인사권자인 지주 회장이 바뀌어 재신임 받는 경우 3년 이상의 임기가 주어지기도 한다. 지주 임원이었다 계열사 사장으로 갈 때는 새로 ‘2+1’ 법칙을 적용 받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작년 3월부터 3년이다. 조 회장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위성호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2년을 부여 받았다. 이동환 그룹 GIB사업 부문장, 김병철 GMS 기획실 부문장, 허영택 부사장(글로벌기획실), 이창구 부사장(WM기획실) 등 지주 주요 임원은 올해 임기 만료다.
‘2+1’ 법칙을 적용한다면 위성호 행장이나 임영진 사장, 김형진 사장, 이동환 부문장, 허영택 부사장 등은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늘었고, 신한카드는 뒷걸음질쳤다. 그룹의 각 부문장들은 조직을 무난히 이끌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언제나 1년의 추가 임기가 주어졌던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에서는 지난 2014년 6명의 신임 부행장이 나왔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2년 임기만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행장이던 조용병 회장이 이들 부행장의 업무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3년 안에 있더라도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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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이 공을 들이는 매트릭스 조직 역시 인사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GMS(Global Markets & Securities),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등 다양한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각 계열사 정체성 안에 머무르지 않고 기능(Function)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편다.
해외는 매트릭스 조직이 정착한 지 오래다. 글로벌 금융사 JP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는 Corporate & Investment Bank, Consumer & Community Banking, Asset & Wealth Management, Commercial Banking 등 사업부문을 두고 있다. 제임스 다이먼(James Dimon) 회장 아래 각 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구조다. 각 사업부문 실적의 총합이 곧 그룹의 실적이 된다.
궁극적으로는 매트릭스 중심의 경영이 불가피하다.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선 해외 시장을 늘려야 한다. 신한금융의 글로벌부문은 호주 ANZ은행의 리테일부문 인수 등 네트워크를 늘리는 데 유리하지, 영업을 키우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계열사들이 따로 해외 진출하고 영업을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국내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면 매트릭스 조직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을 비롯한 국내의 금융그룹들은 여전히 '계열사 중심 경영'과 '매트릭스 중심 경영' 사이의 과도기에 있다. 중앙 집권적 성향이 강한 투자은행(IB)이나 트레이딩 부문의 매트릭스화가 먼저 이뤄지고 있고, 궁극적으론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매트릭스 조직 구성원은 ‘법인으로는 계열사, 기능으로는 부문’이라는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다. 조직 관리와 행정 처리, 대관 업무 등은 계열사 CEO, 각 사업은 부문장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직위로는 계열사 사장이, 업무 영역에선 부문장이 우위에 있는 미묘한 상황이다.
보고 및 결재 체계, 인사와 보수 등 여러 영역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해외 시장을 확장하며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을 꾀했던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이런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성장통이라는 평가다.
조용병 회장은 '원 신한(One Shinhan)' 슬로건을 내세워 계열사간 협업을 강조해 왔다. 매트릭스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계열사와 부문간 갈등이 있다면 ‘기능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교통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신한금융 임원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시장을 확장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주체보다는 상품과 전략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매트릭스 조직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조용병 회장은 인사시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 지를 따지지 않고 그룹의 실적과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냐를 따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매트릭스 조직 수장에 힘을 더 실어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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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