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과점 사업자나 대기업이 움직이기 부담스러워
PEF, 안정적 수익에 관심…거래 신속 종결에도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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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데코리아는 경쟁 제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자산을 매물로 내놨다. 회사의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대기업이나 동종 업계 사업자가 눈독을 들이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기업결합 심사 부담이 덜한 사모펀드(PEF)들이 인수전을 주도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린데 아게(Linde AG)와 프렉스에어(Praxair)의 합병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두 회사 중 한 쪽의 국내 자산을 매각하도록 하는 시정 조치를 부과했다. 린데코리아는 기흥·포항 공장 등 주요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산업용가스 시장은 대성산업가스를 비롯한 5곳의 업체가 과점 체제를 이룬다. 린데코리아는 국내 4위권 업체다. 주요 사업자가 인수한다면 시장 1위 자리에 오르고 업계 통합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과점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발을 들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은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곳 이하 사업자가 75% 이상 시장점유율을 가질 때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전체 사업 실적을 합할 때는 이 기준을 넘기 쉽지 않지만 개별 사업별로는 넘길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도 산업용 가스를 5가지로 세분화 해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는 단순 점유율뿐 아니라 진입장벽의 존재나 그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 있다. 산업용가스는 장기계약을 맺은 대형 수요처 가까이에 공급 설비를 두어야 한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린데코리아와 프렉스에어코리아는 대형 법무법인 두 곳을 써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려 했지만 공정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존 사업자로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기업결합 신고에 실패하거나 다시 설비를 매각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대성산업가스 M&A 때도 경쟁사들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SK그룹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고 있다. SK그룹이 인수에 성공해도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공정위의 결합 심사는 깐깐히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는 등 SK그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그룹은 SK에어가스를 통해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다른 업체 인수가 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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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데코리아 매각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3월까지는 거래를 마무리해야 한다. 기업결합과 관련해 법적 문제가 없을 것을 요하는 국가도 있기 때문에 시일을 늦추기 어렵다. 연말 휴가 시즌까지 고려하면 절차를 더 서둘러야 한다.
전략적투자자(SI)는 기업결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거래를 신속하게 종결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기업결합 심사 부담이 덜한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 대형 사모펀드들은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많고 차입금 조달도 손 쉬워 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다.
실제 사모펀드의 관심도 높다. MBK파트너스, TPG, 베인캐피탈, PAG 등 쟁쟁한 운용사들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가스 사업 특성 상 추가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안정적인 이익은 유지할 수 있다. 인수 후 사업별 점유율이 낮은 곳에 자산을 떼어 팔아도 된다. 사업성 평가보다 얼마나 빚을 내서 향후 내부수익률(IRR)을 높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입지가 애매하다. 대성산업가스 인수에 성공한 경험은 있지만, 이 때문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1위 사업자이자, 그린에어의 2대주주(지분율 49%)다.
대형 법무법인 M&A 담당 변호사는 “MBK파트너스가 린데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각 포트폴리오들의 독립성을 주장하겠지만 공정위원회가 이를 수긍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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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