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부정적’ 등급전망 등 국내 신평사도 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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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신용등급 재평가가 시작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고,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는 등 국내 최고 신용등급에 대한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과 26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8년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판매량과 매출액은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했지만 수익성이 문제였다. 3분기 기준 현대차(차량연결)의 EBIT(이자 및 세금전 이익)은 적자를 기록했고 기아차 EBIT 규모는 73.7% 감소해 이익창출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에어백 및 엔진 리콜발생, 엔진이상 감지시스템 관련 KSDS(Knock Sensor Detection System) 장착 등 품질비용 증가(현대차 약 4500억 원, 기아차 약 2800억원, 신흥국들의 환율하락 영향이 얽혔다.
당장 S&P는 등급 강등이라는 액션을 취했다. S&P는 31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번 등급하향은 양사의 약화된 수익성이 향후 1~2년 내에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이 작용했다.
미국 및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 및 판매 부진, 시장지위 약화,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현대차의 향후 수익성 회복은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이뤄지고 영업실적도 글로벌 경쟁사들 대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거시 변동성 확대, 품질관련 비용 발생, 환경규제 강화, 노사갈등과 같은 요소들은 여전히 실적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신규모델 투입과 더불어 재고자산 및 인센티브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2010년대 초중반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S&P는 “현대차는 제품군의 매력도를 개선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경우에도 신용등급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신용도 점검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 타이틀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들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차(AAA)와 기아차(AA+)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등급전망 변경은 ▲현대·기아차의 사업경쟁력 약화로 근원적인 수익창출력이 저하됐고 ▲주요 시장에서 판매 회복이 지연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한기평은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현대·기아차의 사업경쟁력 유지 판단 기준인 ▲내수 승용차시장 점유율 60% 이상 유지 ▲미국시장 점유율 8% 수준 회복 ▲중국공장 가동률 80% 등과 재무 모니터링 지표인 EBITDA 마진, 현금유동성 비율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지속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기평은 “3분기의 수익성 하락이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양사 모두 최근 4개 분기 이상 영업이익률이 3%에 미치지 못하는 등 근원적인 수익창출력이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전망 조정을 취하진 않았지만 현 신용등급을 다시 들여보겠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현대·기아차의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현재 현대·기아차의 실적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현대·기아차의 세부 실적자료 및 최근 영업여건 추이에 근거하여 기존 포워드 루킹(Forward Looking)에서 사용했던 주요 가정과 결과를 재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NICE신용평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개선이 4분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펀더멘탈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량이나 점유율, 이익창출규모 등 전반적인 사업실적이 기본전망(Base Line)을 하회할 경우, 사업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양사의 신용도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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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31일 18: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