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지분 필요하지만 금융사 호응 어려워
결국은 이규성 회장 투자회수 규모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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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그룹이 코람코자산신탁 인수자로 선정된 후 다음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경영권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추가 지분이 필요하지만 주주간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 주주들은 높은 가격을 바라고, 금융사 주주들은 그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무엇보다 회사를 이끌어 온 이규성 회장의 기여도를 얼마나 인정할 것이냐가 중요한 요소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그간 꾸준히 M&A 잠재 매물로 꼽혀왔다. 최근 부동산신탁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안정적 실적을 내왔고, 법인이 아닌 개인주주들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러 기업들이 코람코자산신탁에 접촉해왔다. 몇 년 간 공을 들인 곳도 있었다.
LF가 지난 8월 코람코자산신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공개적인 입찰을 거치지는 않았다. 이규성 회사발전협의회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별도의 자문사 없이 직접 나서 원매자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 여가 지났지만 아직 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LF는 최근에도 재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주주들이 처한 상황이 달라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란 언급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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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가 이번에 인수하려는 대상은 이규성 회장 및 개인주주 지분 약 46%다. 여기에 추가로 지분을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우리은행, 산업은행, 키움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주주로 있어 51% 이상 지분을 가져야 경영권이 안정적이다.
회사는 몇 해 전 대규모 주주 배당을 검토했으나 금융사 주주들의 반대에 막히기도 했다.
LF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100% 가치로 3400억원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16만원가량이다. 지난 3월 키움증권이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하던 코람코자산신탁 지분을 인수할 때(주당 약 10만7000원)보다 높다.
문제는 이러한 주당 가격이 모든 주주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설립부터 성장까지 이규성 회장의 기여가 지대하다. 이 회장은 5%대 지분율에 그치지만 우호 소액주주들에 힘입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분 매각 때도 이 회장이 얼마나 투자회수를 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3400억원도 이 회장과 직원들의 공로를 반영한 수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LF는 추가 지분 인수를 꾀하면서 다른 금융사 주주들의 지분에 대해선 훨씬 낮은 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성 회장 측 지분 가치에 맞춰 100% 환산하면 3000억원을 훌쩍 넘지만, 그 외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지분 가치로는 2000억원대 중후반에 그치게 된다.
금융사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 금융사 개별로는 지분율이 높지 않지만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이런 지분을 비슷한 시기에 같이 팔면서 다른 주주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받으면 내부적으로 매각과 관련해 배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사 주주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주주들간 갈등 소지도 없지 않다.
개인주주협의회는 뜻을 같이 하는 연합이지만 강력한 법적 연계가 있는 컨소시엄으로 보긴 어렵다. 이규성 회장의 공로를 인정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은 코람코자산신탁 100% 가치를 3000억원대 초반으로 평가해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개인주주들도 이 같은 제안을 인지하고 있다. 그보다 낮은 가격이라면 매각에 동참할 유인이 작아진다. 개인주주들의 눈높이를 충족하면서 이규성 회장의 투자회수까지 고려하다 보니 LF가 가치를 높이 산정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회사를 키운 이규성 회장이 다른 개인주주들과 동일한 가치로 투자회수를 해야 하느냐가 코람코자산신탁 매각의 핵심”이라며 “다른 기업들의 제안을 알고 있는 주주들의 불만을 무마하면서 회수 금액도 늘리려다 보니 3400억원이라는 가치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LF 입장에선 이규성 회장과 소액주주, 금융사 주주들을 모두 만족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완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가치를 다시 산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LF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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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31일 16: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