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비대해지고, 관료주의 팽배 우려
삼성증권-카드는 사건사고 끊이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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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삼성 금융사 인적쇄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대규모 임원 인사는 이뤄지지 않다보니 올해가 적기로 꼽힌다. 더구나 삼성금융사 내부에서조차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여서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다만 삼성 금융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고민거리로 꼽힌다. 점유율은 떨어지고 이런저런 부침도 잦은 편이어서 오히려 그룹에서 계열사 인사를 좌지우지할때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맏형격인 삼성생명의 경우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35%에 육박하던 삼성생명의 시장점유율은 매년 빠지기 시작해 지난해 23%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20%를 지키는 것도 버겁다는 평가다.
시장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보험아줌마’라 불리는 대면 채널에서의 강점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제는 보험대리점(GA) 채널이 보험업계의 주류 판매채널로 성장했다. 보험설계사수가 500명 이상인 GA가 2014년 37곳에서 56곳으로 증가했고, 올해 6월 기준 ‘지에이코리아주식회사’는 소속된 설계사 숫자만 1만5000여명으로 삼성생명(3만8000명)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보험아줌마들의 영업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이들이 유치하는 고객들의 나이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들이 보험을 예전처럼 선호하지 않는데다, 보험설계사들의 나이마저 많다 보니 젊은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영업전략을 담당하는 심종극 부사장과 개인영업을 담당하는 김학영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올해 개인영업이 잘 안돼서 법인영업이나 GA영업을 확대했다"라며 "영업 경쟁력 약화가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조직은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데다 새로운 시도를 반기지 않는 문화라는 평가도 많다. 빙산이 점점 다가오지만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며 '타이타닉'에 빗대는 이들도 있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금융사끼리는 전배 등을 통해 계열사를 옮기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삼성생명은 선호되지 않기도 하는데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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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05년 30%에 육박하던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도 매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기준 23%에 불과하다.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고 경쟁사들과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빠지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이익 성장에도 걸림돌이다.
그나마 삼성생명과 화재는 업계 1위라는 지위라도 가지고 있다. 반면 다른 금융사는 ‘삼성’이란 브랜드를 달기에도 머쓱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증권의 시장점유율은 8%에 불과하며, 업계지위로는 3위다. 증권사의 꽃인 IB부문의 점유율 순위는 7위에 불과하다. 올해 초에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로 직원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태로 CEO가 바뀌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 징계를 당했다.
삼성카드는 만년 시장점유율(지난해 18.22%) 2위다. 업황 자체도 하락세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미지마저 좋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과거 카드업을 ‘물 장사’에 빗댄 일화도 있을 정도다. 카드사 매각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설이 끊이질 않는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카드업을 외상값 돌려 받는 사업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그룹 내에서 이미지도 좋지 않다.
그나마 금융사 중에서 성장성을 보여주는 곳이 삼성자산운용이다. 업계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ETF 시장을 선점하면서(점유율 50%)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0년 260억원 규모였던 영업수익이 지난해 19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수익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뒤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그룹의 한 축이라는 삼성그룹 금융사들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금융사 CEO를 굳이 금융 출신이 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올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히려 미래전략실에서 전자나 물산 출신을 금융사 CEO로 내려보낼때가 더 역동적이었다는 의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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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07일 14: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