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움직임에도 가격차·배임 등 문제
大法 판결 봐야…절충적 판결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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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의 종국판결 전에 접점을 찾아 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누가 이기든 자본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크기 때문인데 어느 쪽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로 눈높이가 크게 다른 데다 배임 우려도 있어서다.
DICC 재무적투자자(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는 2011년 DICC 지분 20%를 인수했다. 3년 내 계획했던 기업공개가 불발됐고, 2015년부터 공개매각에 들어갔으나 역시 실패했다. 같은 해 11월 FI들은 두산그룹이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심에선 두산그룹이, 올해 2심에선 FI가 이겼다. 두산그룹은 곧바로 상고했다.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이 많아 본격적인 상고심 절차는 내년 상반기 중 시작될 전망이다.
DICC 소송은 어느 쪽이 이겨도 시장에 큰 충격파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지면 과도한 재무 부담이 얹어지고, FI가 지면 손실과 함께 평판 하락 위험을 지게 된다. 대기업과 사모펀드(PEF)간 관계가 경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위축될 수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 피차 직접 나서긴 부담스럽다. 극단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두산그룹과 FI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M&A 자문사 등 여러 '거간꾼'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이 FI에 상징적인 수준의 이익을 더해 돌려주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중재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FI의 청구금액은 7000억원 이상이다. 이자가 얹어지면 규모는 더 커진다. 소송 제기는 운용사의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면이 더 크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2심 승소까지 얻어낸 상황에서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투자회수에 합의하긴 어렵다. 기관투자가나 금융회사 등 출자자(LP)의 돈을 굴리는 운용사가 두산그룹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하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종국판결 전에 뜻을 모으는 편이 이성적이지만 출자자(LP)들은 배임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배임은 결과론적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DICC 가치가 급등하기라도 하면 난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이 빨리 제거되길 바라지만 역시 배임 문제를 신경 써야 한다. 당시 거래를 추진했던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진들은 지금 자리에 없다. 투자 책임이 크지 않은 지금 경영진이 먼저 나서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 위험이 현실화하면 그룹 재무 상황이 더 악화하지만 오너 일가도 분주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FI들에 약간의 이익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중재하기 위해 접촉했지만 시각차가 너무 컸다”며 “양쪽 모두 적극 나서기보다는 상대편 패를 먼저 보려고 하는 분위기였던 터라 대법원 판결 전 의견 합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여러 거간꾼들이 오간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양쪽도 중재 의사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적게 봐도 2000억원 이상의 시각차가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절충적인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두산그룹이 FI에 주주간계약상 수익률(IRR 15%)을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공정가치를 평가해 지급하는 방식 등이다.
한 법무법인 M&A 변호사는 “소송금액이 큰 사건에선 대법원이 작은 문제를 잡아 고등법원으로 되돌려 보낸 후 일부 부분만 다투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는 양쪽이 다퉈야 하는 금액의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합의를 도출하기도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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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08일 07:00 게재]